아시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콘퍼런스…"증거 많지만, 정작 피해자 목소리 없어"
"리콴유, '일본군 위안소 덕에 자국 소녀들 정절 지켜' 발언도" 비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 |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한국이나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싱가포르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꺼리는 기저에는 가부장적인 싱가포르의 사회 분위기와 자국 정부의 무관심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케빈 블랙번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 부교수는 23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 주최의 '아시아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싱가포르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특징'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한국인 500∼600명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 많은 여성이 싱가포르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갔다"며 "여기에 싱가포르 현지 여성들도 일본군의 노예로 납치됐다는 증언과 증거는 넘쳐난다"고 말했다.
1991년에 싱가포르 방송에서 관련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싱가포르국가기록원의 서적을 통해 싱가포르 위안소 목격자와 이곳을 방문했던 일본군 참전용사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이러한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피해 당사자인 싱가포르 위안부 여성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다.
블랙번 부교수는 "1992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당시 리콴유 싱가포르 선임장관은 '자국의 일본군 위안소 덕분에 싱가포르 소녀들이 정절을 지켰다'고 발언했다"며 "1990년 후반에 펴낸 자서전에서도 리콴유는 위안소 덕분에 자국 여성들이 순결을 지킬 수 있었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에도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침묵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자국의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와 가부장적인 사회를 꼽았다.
그는 "성 착취 경험을 밝힌 여성에겐 사회적 낙인이 찍혔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성운동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2013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싱가포르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하려 했으나, 싱가포르 정부는 이를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때문에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싱가포르 위안부 피해 여성 가운데 아무도 나서서 증언하려 들지 않는다"며 "다만 이들이 침묵을 택한 것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이고,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제공] |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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