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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오진욱 리벨리온 CTO “사우디 아람코에 AI 칩 공급 개시… 日과도 협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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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전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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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본격 양산을 개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아톰’을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에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을 4개 탑재할 계획인 차세대 제품 ‘리벨’도 개발 시기를 당초 발표 대비 1년 앞당겼습니다. 대표 제품군의 사업성과 기술 경쟁력을 입증해 국산 AI 반도체 시대를 열겠습니다.”

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 CTO는 IBM 왓슨연구소에서 7년 동안 AI 반도체의 핵심 설계자인 리드 아키텍터로 근무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와 지난 2020년 리벨리온을 공동 창업했다. 현재는 리벨리온의 제품 개발 및 기술 로드맵 수립을 총괄하고 있다.

오 CTO는 이날 리벨리온이 개발해 지난해 2월 선보인 두 번째 AI 반도체 ‘아톰’에 대해 설명했다. 아톰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AI 반도체로, 오픈AI나 구글, 아마존처럼 클라우드 환경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위해 개발했다. 오 CTO는 “KT와 같은 국내 고객사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람코에 공급을 시작했고 일본 AI 기업 등과도 납품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아톰은 삼성전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올 상반기 본격 양산됐다. 아톰은 128TOPS(1초당 128조번의 정수 연산) 및 32TFLOPS(1초당 32조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의 성능을 갖췄다. 지난해 시행한 반도체 벤치마크인 ‘MLPerf 3.0′에서는 엔비디아의 추론용 AI 반도체 대비 1.4~2배 빠른 속도를 입증했다. 오 CTO는 “저전력을 구현할 수 있는 설계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 제품과 비교할 때 최대 4배 높은 전력 효율을 기록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아톰을 탑재한 ‘아톰 카드’가 PCI-SIG가 주관하는 PCI익스프레스 5.0 테스트를 통과하며 안정적인 데이터 통신 성능을 검증받았다. PCI익스프레스는 컴퓨터·서버 내부에서 여러 부품이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규격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저장장치(낸드·SSD)를 연결하는 데 활용된다. PCI익스프레스 5.0 테스트를 통과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오 CTO는 “최고 수준의 반도체 성능과 속도를 국제적인 표준을 통해 인증받았다”며 “현재까지 엔비디아와 리벨리온을 제외하면 이 같은 인증을 받은 AI 반도체 기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톰을 바탕으로 매출 성장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리벨리온은 대표 제품군이 양산에 돌입한 만큼 실적 개선이 중요한 시점이다. 오 CTO는 “이제는 실적으로 입증할 때가 됐다. 구체적인 숫자를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기업공개(IPO)를 위해 내부적으로 설정한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를 차질 없이 밟아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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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이 상반기 양산을 개시한 AI 반도체 아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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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은 올 하반기 새로운 AI 반도체 칩 ‘리벨’의 설계를 완료, 내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초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겨냥한 추론용 AI 반도체다. 오 CTO는 “삼성전자의 ‘턴키’ 솔루션으로 제작되는 리벨에는 HBM3E 12단 메모리가 4개 탑재된다”며 “현재 700억개의 파라미터 모델을 제공하는 LLM을 가장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로 가동할 수 있는 AI 반도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기능을 갖춘 반도체를 결합해 하나의 칩으로 만드는 칩렛 기술도 본격 도입된다”며 “칩렛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 비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패키징 단계에서 고객사 요청에 맞게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는 유연성까지 갖출 것”이라고 했다.

리벨리온은 올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 아람코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도 받았다. 리벨리온은 중동 및 아시아 지역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할 기반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3000억원 수준이다. 오 CTO는 “사우디의 경우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미국 기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반도체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데이터 보안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 리벨리온 제품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높은 보안성을 갖도록 제작해 아람코 등 중동 기업의 수요가 있었다. 현재 사우디 법인 설립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미국 정부가 최근 몇 주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대한 대규모 AI 가속기 수출 요청을 승인하지 않거나 미루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로 첨단 반도체 수입이 어려워진 중국 기업들이 중동을 통해 AI 반도체를 확보하려 하자, 우회로까지 차단한 것이다.

오 CTO는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과의 합병 이후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 6월 글로벌 AI 인프라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합병을 추진한다고 밝힌 리벨리온과 SK텔레콤은 리벨리온과 사피온코리아의 기업가치 비율을 2.4:1로 최종 합의해 연말 합병 법인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 CTO는 “사피온도 같은 AI 반도체 기업이었지만, 엣지 디바이스용 반도체와 설계자산(IP) 사업을 영위하는 등 분야와 고객사가 상이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피온의 사업 경험을 흡수한다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시장에 진입하는 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현재 양산을 개시한 제품 관련 비즈니스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병수 기자(outstand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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