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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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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 폐지 ‘짬짜미’ 논란 국교위, AI 웹캠으로 영유아 자료 수집도 프리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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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가교육위원회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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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전문위원회에서 고교평준화 폐지, 고교 내신 외부 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1·2 이원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유지돼 온 교육정책의 큰 틀을 뒤집는 내용들인데 논의 시작 전부터 일부 위원이 ‘짬짜미’를 한 의혹이 제기돼 국교위 논의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 단위 교육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공론화,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국교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는 지난달 18일 4시간 가량 교육 정책 의제를 두고 논의했다. 전문위는 2026년부터 10년간의 주요 교육정책 방향이 담기는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논의하고 있다.

고교 학생선발방식을 교육감에서 학교장에게 넘기자는 안은 고교평준화 폐지에 가깝다. 이 안은 학생선발방식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한다. 중학교 내신성적과 면접(실기), 추첨, 학교 자체 전형 등 세 가지 학생선발방식이 제안됐다. 고교 평준화 폐지안에 찬성 의견을 낸 위원들은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고 경쟁을 유도해 공교육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위에서 논의된 내신 외부 평가제에 대해서는 우려 의견이 나왔다. 한 전문위 위원은 “고교 내신 외부평가 도입은 사실상 내신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라며 “중간·기말고사 출제와 채점을 외부 민간 사교육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위원은 “직업계고 등 학교마다 교육과정이 다른데 획일화된 외부평가 도입은 다양성을 훼손한다”고 했다.

수능을 1·2로 나누는 안은 사회적 반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1은 기존 국어·수학·영어를 평가하고 수능2는 학생별 고교 과과목 성취도 평가와 서술·논술형 문제로 출제한다. 수능 이원화 안에 우려한 한 위원은 “수능1은 절대평가로 자격고사화하고, 수능2는 수능1에서 일정 점수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위원들은 단계적 등록금 자율화 등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정책도 제안했다. 단계적 등록금 자율화는 ‘5년간 법정한도 내 인상→이후 5년은 차등 등록금 인상→완전 자율화’ 안이 제시됐다. 대입구조 단순화를 명목으로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법정의무 비율 폐지, 사회통합전형·지역균형선발전형 통합(수시전형으로 정원 외 자율선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모두 비수도권 지역이나 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 학생들의 대학 진학 기회를 줄이는 안에 가깝다.

이외에 사립학교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 경상비를 보조해주자는 안도 나왔다. 이과 중심의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사립인 자사고·외고를 현재 공립으로만 운영 중인 과학고·영재고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제시됐다.

전문위에선 인공지능(AI)을 교육에 도입하는 안도 다수 논의됐다. 이중 ‘영유아 적성 발굴을 위한 AI웹캠 설치’ 같은 윤리적 쟁점이 있는 안도 제시됐다. 유치원에 설치하자고 제안된 AI웹캠은 유아 행동 특성을 수집하고 자료화해 상담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도구다. 국교위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모두 논의 중인 사안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달 전문위 회의는 파행에 가까웠다. 회의 시작 전 한 위원이 단체 대화방에 “수능 이원화, 고교평준화 폐지, 사학 자주성 확대 등과 관련해 최대한 우리 측 입장을 반영하는 쪽으로 회의를 진행하기로 전문위 위원장과 사전조율을 했다”고 올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일부 전문위 위원이 항의를 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국가교육위원회법을 보면 국교위는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등의 책무를 진다. 복수의 전문위 위원들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국교위 설립 기본 취지와 크게 어긋난 일이 발생했는데,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에게서 아직 조치 결과 등을 전해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문위 논의 안을 바탕으로 시안을 작성하는 한국교육개발원에 일부 위원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한다는 의혹도 전문위 안에서 제기됐다. 전문위는 오는 30일 한 차례 회의를 하고, 전문위 안을 바탕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이 다음달 중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작성한다. 한 전문위 위원은 지난달 18일 회의에서 “위원 개인이나 국교위 사무처의 영향력이 교육개발원에 미처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고교평준화 폐지, 수능 이원화 등 20여개에 달하는 교육계 주요 정책을 다루면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교위가 진행한 두 차례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논의 주제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내부에선 시민 대토론, 숙의 과정 등이 필요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번 전문위는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됐고 내년 5월까지가 임기다. 다음달 시안이 나온 뒤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3월 최종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확정한다고는 하지만 전문위 위원들은 “시안에서 큰 변화 없이 확정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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