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미국 가자 휴전안 지지"… 하마스 수용만 남았다

이스라엘 찾은 블링컨, 네타냐후와 3시간 회동
블링컨 "이제는 하마스가 같은 행동 보일 때"
하마스 "우리가 동의한 휴전안 아니다" 거부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제공·EPA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이 중재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이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하마스를 향해 '중재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좋은 분위기서 블링컨-네타냐후 만남 진행"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와 블링컨 장관 간 3시간 회동이 끝난 뒤 성명을 내고 "만남은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미국의 인질 석방 협상 제안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5,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이집트·카타르 중재하에 열린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지 이틀 만인 18일, 이스라엘을 찾았다. 당시 협상에는 이스라엘만 참여했을 뿐 하마스는 불참했는데, 이스라엘이 중재안을 수용하도록 압박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이 동의한 중재안의 구체적 내용은 곧바로 공개되진 않았다. 하지만 도하 협상에서 미국·이집트·카타르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제시한 안을 큰 틀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중재국들은 16일 공동성명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31일 제시한 휴전 원칙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735호에 부합하는 가교 제안을 만들어 양쪽에 제시했다"고 알린 바 있다.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대가 19일 수도 텔아비브에서 가자지구 전쟁 중단 및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인 인질 가족을 만난 호텔 인근에서 열렸다. 텔아비브=EPA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의 안은 이른바 '3단계 휴전안'으로, ①6주 휴전 기간 중 하마스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일부 교환→②종전 및 인질 전원 석방→③가자지구 재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유엔 결의안 2735호도 '즉각적이고 완전한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후 방송 연설에서 "휴전 합의의 첫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생존 인질이 석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 "블링컨 언급, 많은 모호성 제기"

블링컨 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중재안을 받아들였다고 언급하며 "이제 하마스가 동일한 행동을 해야 할 차례"라며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에 도달하려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하마스의 협상 참가를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20일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 대변인인 오사마 함단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네타냐후가 최신 휴전안을 받아들였다'는 블링컨 장관 언급과 관련, "많은 모호성을 제기한다. (네타냐후가 수용했다는 제안은) 우리에게 제시된 안이 아니고 우리가 동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는 이미 중재국들에 새로운 휴전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부연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18일에도 "네타냐후가 더 많은 조건을 추가해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중재안 거부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