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등 세제 완화로 중산층에 손짓
탕평 인선, 평산 방문으로 '통합' 시동
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 '먹사니즘'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8월 19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연임 도전 선언부터 당대표 선출 수락연설, 취임 이후 첫 공개 일성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주요 국면마다 '먹사니즘'을 꺼내 들었다. '먹고사는 문제'를 뜻하는 먹사니즘은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어온 자신의 정치철학을 압축해 직접 준비한 비전이다. 19일 출범한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는 물론 3년 후 대선까지 관통할 정책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먹사니즘: 성장 과실 나누고 중산층 끌어안기
먹사니즘은 크게 ①성장 ②분배 ③중산층 3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①성장이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선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의도적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지우기,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으로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는 게 이 대표 판단이다. 이에 이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전국에 설치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신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우선적으로 발표했다.
보수의 전통적 패러다임인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②분배가 깔려있다. 성장 없는 분배는 어렵다는 전제하에 '분배를 위한 성장'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대표적인 분배 정책인 '기본사회'도 그대로 가져가고, 특히 에너지는 국민 누구나 에너지 기본권을 보장 받는 '기본에너지' 형태로 시범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벤처, IT(정보기술) 성장론을 얘기했던 것처럼 이 대표는 첨단 기술로 인한 '혁신 성장'에 방점을 뒀다"며 "보수와의 차이는 성장의 과실을 일반 국민에게 분배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수요로 성장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③중산층을 위한 세 부담 완화도 '먹사니즘의 일환'에 해당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세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이를 양극화 심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중산층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접근으로 설명한다. 친이재명(친명)계 한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에는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산층이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며 "징벌적인 세금 문제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내 논란이 예상되지만 손질을 하겠다는 방침은 유효하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먹사니즘을 강력 추진하는 만큼, 이러한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원 연구모임도 속속 출범하고 있다.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는 직접 중산층과 성장 정책을 공부하는 포럼 2곳의 대표의원을 맡았고, 이 대표와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에서 같이 활동하는 박주민 의원도 기본사회 연구모임을 발족했다. 원조 친명계 '7인회' 소속 문진석 의원도 불평등 정책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
탕평 인선에 평산 방문까지… 통합 드라이브
한편, 이 대표는 '통합' 행보로 당내 구심력 강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먼저, 인선은 '탕평'에 초점을 맞췄다. 비이재명계 조승래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임명하고, 금투세와 관련해 자신과 이견을 보여온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오는 22일에는 신임 지도부와 함께 양산 평산마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러 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전날 수락연설에서도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불의와 국민의 삶을 억누르는 저 큰 민생 고통 앞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는 천지간의 먼지에 불과하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월 2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자택에서 대화하고 있다. 양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