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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美서 스타트업 창업 실패 60% 급증…'호황기 숙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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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스타트업 등의 창업 실패 사례가 무려 6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21~2022년 스타트업 호황기 당시 조달한 현금이 바닥나자 추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문을 닫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는 탓이다. 당장 수백만개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까지 리스크가 파급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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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은 18일(현지시간) 카르타 데이터를 인용해 최근 미국 내 스타트업 파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르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 자금 지원을 받은 고객들 가운데 254개사가 파산했다. 이러한 규모는 2019년 카르타가 파산 사례를 추적하기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해 7배 이상 높다.

가장 최근 문을 닫은 대표적 기업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금융기술기업 탈레이다. 탈레이 창업자인 제이슨 브라운은 링크드인 게시물에서 "운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없었다"고 확인했다. 9년 전 창업한 이 회사는 2022년 자금 조달 라운드 당시 8억5500만달러의 시장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 대형 벤처캐피탈(VC)로부터 1억7000만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조달했었다.

최근 1년간 파산한 신생 기업들로는 폭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자회사 등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던 라이브 스트리밍 웹사이트 기업 카페인, 2021년 자금 조달 라운드 당시 40억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던 헬스케어 스타트업 올리브, 2022년 38억달러 시장가치로 평가됐던 트럭 컴퍼니 콘보이 등이 꼽힌다.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기업으로 지난해 11월 파산을 신청한 위워크 역시 명단에 올랐다.

이 매체는 이러한 분위기를 두고 창업자들이 2021~2022년 호황기의 숙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VC들의 투자는 2022년 금리 인상 이후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해 수십년간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은 직격탄이 됐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투자자 메모에서 최근 파산 급증의 배경으로 "2021~2022년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의 회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돈을 모았다"는 점을 꼽았다. 모건스탠리는 VC 지원을 받는 기업들의 미국 내 고용 규모를 400만명으로 추산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경제 전반으로 리스크가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터 워커 카르타 인사이트 책임자 역시 자금조달 라운드 이후 2년 내 다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기업의 수가 크게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스타트업들조차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매체는 이로 인해 VC들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투자자본을 돌려주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르타에 따르면 2021년 조성된 벤처 펀드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자본금을 돌려준 비율은 9%에 불과하다.

최근 투자 부문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이 또한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들에만 압도적으로 쏠려 있는 상태다. 크루제 컨설팅의 고객 기업이 올해 들어 조달한 20억달러 가운데 AI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3에 달했다. AI 스타트업이 전체 고객의 4분의 1 미만임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임을 시사한다.

워커 책임자는 "어떤 시점에서든 벤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회사들의 수는 한정적"이라며 비AI 부문 등 덜 주목받는 업계의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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