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딥마인드, 사람과 대결하는 탁구 로봇 선보여
인간과의 대결 승률은 45%
숙련자와의 승부에서는 모두 져
인간과 겨를 수 있다는 자체도 큰 의미
AGI 진화에 로봇과의 결합인 예정된 순서
인간형 로봇으로의 조기 진화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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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를 탄생시켰던 구글 딥마인드가 ‘신무기’로 돌아왔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인류를 충격에 빠뜨렸던 딥마인드는 이번에도 인간과 대결한다. 인간과 탁구를 즐기는 로봇의 등장이다. 2024년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공개된 로봇 선수는 아직 인간에 대적하기에는 부족했지만 4년 뒤 2028년 LA올림픽까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사람과 탁구하는 로봇, AI로 스매싱 배워= 구글 딥마인드는 최근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탁구 로봇에 대한 논문을 공개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탁구 로봇은 인간형은 아니다. 로봇팔과 학습용 컴퓨터와 카메라로 이뤄졌다. 공장에서 작업을 하는 로봇팔의 형태에 탁구 라켓이 달려 있다. 카메라가 공을 추적하고 모션 캡처 기술로 상대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전략을 짜고 대응한다. 머신러닝으로 스스로 전략을 짜 탁구치는 방법을 배우고 인간과 시합하는 전략을 만들어낸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탁구 로봇이 인간과 탁구 시합을 하고 있다. 사진=구글딥마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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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로봇 모습이 선수 같지 않지만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탁구 로봇은 인간과 치른 29경기 중 13경기에서 승리했다. 승률은 45% 정도다. 딥마인드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로봇의 경기력은 딱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초보자와의 대결에서는 모두 승리했지만 실력이 뛰어난 이와의 시합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렇다고 로봇 탁구 선수가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네트에 살짝 걸려 넘어오는 공도 곧잘 받아냈다. 로봇과의 대결에서 진 인간들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승리한 이들은 당연하다는 등 당당한 얼굴이었다.
전체 승률은 50%가 안 되지만 인간을 이겼다는 것은 AI는 물론, 로봇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발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봇 전문가인 오상록 한국과학연구원(KIST)원장은 "20년 전에도 탁구 배구 경기를 하는 로봇은 있었지만, 이제는 로봇이 사람만큼 탁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딥마인드는 왜 수많은 운동 중에 탁구를 택했을까. 탁구가 상대편이 보내는 공을 받아치기 위한 판단력과 운동능력, 다양한 물리적 성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딥마인드는 로봇에게 다양한 탁구 기술을 훈련시켰다. 백핸드, 포핸드 서브 등 특정 행동을 익힌 후 이를 활용해 종합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학습했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공격이나 수비를 선택할 수 있는 결정을 하는 훈련이다.
탁구 로봇 구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속공이었다. 물리적으로나 소프트웨어적으로도 로봇이 인간의 빠른 속공을 받아내는 것은 아직은 무리였다. 인간이 눈으로 탁구공의 회전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을 AI는 따라잡지 못했다. 탁구 고수가 공에 스핀을 주거나 스핀이 없는 공을 보내면 로봇은 대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브를 위해 공을 높게 던지거나 낮게 쳐내도 반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리적으로도 로봇이 인간의 빠른 행동을 추월하기가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고수를 이기기 위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전략을 펼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인간의 허를 찌르는 작전을 쓸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전략을 파악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상대편이 어떤 공격이나 수비를 잘하고 어떤 부분에서 강점과 약점을 갖는지, 어떤 전략을 사용하면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를 AI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같은 사람도 시합을 다시 할수록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파낭 산케츠는 로봇의 학습 능력이 빠르게 발전했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전만 해도 로봇이 이전에 한 번도 상대하지 않은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이 탁구에 능숙해지기 위해 연습해야 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탁구 로봇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수준의 기술과 전략을 행동으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는 탁구는 체스나 바둑과 같은 전략적인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실험은 인간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최초의 로봇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향후 로봇 학습과 제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는 주장도 펼쳤다. 과학 전문매체 MIT테크리뷰는 로봇 개발자들이 가정과 일터에서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이라고 평했다.
눈여겨볼 것은 로봇 탁구선수와 대결한 인간들의 반응이다. 로봇에 진 사람들은 어이가 없었겠지만, 로봇을 이긴 상급자들은 로봇이 연습 파트너로서 잠재력이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은 로봇과 인간의 조화도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르렐 핀토 뉴욕대 교수는 "이번 사례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일하는 환상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AGI, 인간형 로봇의 결합으로 완성= 로봇의 발전은 AI와 맞물려 가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인간형 로봇인 ‘옵티머스’를 판매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세웠다. 일론 머스크가 인간을 작업장에서 몰아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머스크는 xAI를 통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로봇, AI의 융합을 꿈꾸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도 AI가 물리적 AI로 진화할 것이라며 로봇의 부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젠슨 황은 지난 4월 GTX2024 행사에서 첨단 자율이동로봇(AMR)을 선보였고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2024 기조연설 말미에는 인간형 로봇과 함께 어깨동무를 나란히 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며 엔비디아의 미래에 로봇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인공일반지능(AGI)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로봇과의 결합이 필수임을 상기한 장면으로 꼽힌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4 WAIC 행사 관객들이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지켜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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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열린 2024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는 중국이 개발한 오픈소스 인간형 로봇 헬시 룽(Healthy Loong)이 화제였다. 헬시 룽은 서방권 로봇과 비교해 움직임은 둔했지만 오픈소스라는 장점을 갖고 있어 누구나 이 로봇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왕싱잉 유니트리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AGI를 달성하려면 실제 세계와 상호 작용하고 인간 활동에 참여하며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고 학습하고 이해하는 물리적 로봇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람이 인간형 로봇과 탁구를 할 수 있기까진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오 원장은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와 비교해 물리적인 발전 속도가 더디다"며 인간처럼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머스크도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외부 판매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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