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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법원, '이스타항공 비리 사건' 부실 수사로 감봉된 경찰관 '징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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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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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건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받은 경찰관에 대한 징계 처분이 취소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원고 유 모 경감이 피고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유 경감은 '이스타항공 채용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중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전 국회의원 등이 2015년~2019년 이스타항공 직원 600여 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147명(최종 합격 76명)을 합격시키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외압을 행사한 사건이다. 이 전 의원은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이 선고됐다.

2021년 4월 한 시민단체가 이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은 먼저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됐다가 같은 해 5월 서울 강서경찰서로 넘어갔다.

당시 강서서 수사팀장이던 유 경감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 책임자로 지휘를 맡게 됐다. 유 경감은 A 경위에게 이 사건을 맡겼는데, A 경위는 같은 해 10월18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서울경찰청이 수사 지휘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언론 기사 내용이 자세하고, 보도화면 화면상 채용 관련 인사 서류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때, 특혜 채용 의혹 확인을 위해서 당시 채용 관련 인사 서류를 확보하는 한편 관련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서서에 '이스타항공 인사팀 사무실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고, 인사 채용 관련 자료를 확보해 보강수사를 진행하고 이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A 경위는 보강 수사를 벌였지만 2022년 3월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언론 보도 외에는 혐의를 인정할 증거 없다'며 다시 불송치 의견으로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강서서는 해당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증거 확보가 가능한지 알아봐 달라'며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A 경위는 같은 해 6월 불송치 결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재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했고 이 전 의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회와 언론을 통해 부실 수사 의혹이 들끓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2022년 10월27일, A 경위와 유 경감에 대한 수사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은 A 경위의 수사 미진, 유 경감의 수사 지휘 및 감독 미흡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유 경감에게는 감봉 3개월, A 경위에게는 감봉 2개월의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유 경감은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걸었다. 유 경감은 "사건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휘.감독했다"며 "따라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설령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비위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 및 남용했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유 경감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됐다.

법원은 유 경감이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어려움을 겪었고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주요 단서였던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증거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관련자들도 진술을 거부했다"며 따라서 수사 진행이 어려웠으며, 이 상황에서 유 경감의 수사 지휘가 부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유 경감은 A 경감에게 이스타항공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라는 지시했다"며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사무실에 직접 임장을 가 인사시스템을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과 경찰의 정보력 차이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전주지검이 기소에 이르렀으나 검찰은 이미 2021년부터 이스타항공에 대한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을 수사를 진행한 이력이 있어 이스타항공의 경영구조, 내부 사정 등에 관한 정보력이 다른 상황이었다"며 "검찰이 이 사건의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는 사정만으로 유 경감의 수사가 미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보더라도 감봉 처분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 경감은 수사에 대한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과는 관계가 없고, 당시 수사팀이 다른 현안 사건 수사로 인해 업무량이 과중했던 점 등의 정상을 고려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또 유 경감이 약 35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대통령 표창을 포함해 총 29회의 포상을 받았고, 징계처분을 받은 이력이 없는 점도 참작됐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경찰공무원의 기강 확립 및 이에 따른 경찰공무원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라는 공익에 비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유 경감이 입게 될 불이익이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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