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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인터뷰]‘반도체 전설’ 짐 켈러 "HBM은 너무 비싸…비용효율 높은 AI솔루션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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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단독 화상 인터뷰

AI 칩렛 '퀘이사'…"내년에 출시"

삼성·현대차 등 韓 기업들로부터 잇단 투자유치

"텐스토렌트 기술 인정 받은 것"

HBM엔 "흐름 계속될지 두고 봐야"

올해 하반기 韓 방문 계획도 밝혀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AI칩 경쟁의 판도를 바꿀 유력주자로 평가받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자사가 개발 중인 AI 칩렛 ‘퀘이사(Quasar)’를 "내년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당초 올 연말 출시 계획이었지만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그 시기를 조정한 것이다.

아시아경제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 답하고 있다. 사진=줌 캡쳐 사진=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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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러 CEO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기업에서 잇달아 투자를 끌어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텐스토렌트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픈 아키텍처인 리스크(RISC)-V 신봉자이기도 한 그는 "혁신에서 굉장한 장점을 갖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켈러 CEO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올 연말에 내놓기로 했던 퀘이사를 기술 개발과 새로운 디자인 문제 등을 보완해서 내년에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퀘이사는 켈러 CEO와 텐스토렌트가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AI 칩렛’에 맞춰 만들고 있는 이른바 ‘종합 반도체’다. 칩렛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반도체를 하나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칩렛에 맞춰져 만들어지는 퀘이사는 여러 반도체가 나눠서 하는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도록 ‘패키징’된다. 퀘이사는 많은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가성비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제품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세계 반도체 업계는 퀘이사 출시가 AI 칩 시장 경쟁에 큰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제기하며 주목하고 있다.

퀘이사의 개발과 생산에는 삼성전자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텐스토렌트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와 AI 칩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고 퀘이사를 미국 현지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4㎚(나노미터·10억분의 1m) 4세대 공정(SF4X)을 통해 만들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켈러 CEO는 "삼성의 경우 (텐스토렌트가 개발한) AI 칩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텐스토렌트는 지난달부터 AI칩 ‘웜홀’의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켈러 CEO는 웜홀을 설계할 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쓰지 않고 대신 그래픽용 D램(GDDR6)을 사용해서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켈리 CEO도 웜홀에 대해 "엔비디아 제품보다 싸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초기에 세운 자사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능에선 엔비디아의 제품을 30%밖에 따라가지 못하는 등 한계를 보였다. 텐스토렌트는 웜홀의 후속인 블랙홀을 개발하고 현재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블랙홀은 이런 한계를 넘고 전력 소비도 크게 줄이는 데 개발의 방점을 찍어, 엔비디아의 제품들을 단번에 넘어설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음은 켈러 CEO와의 일문일답.

Q.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텐스토렌트에 투자하고 있다.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A. 현대차와 삼성은 모두 기술력 때문에 텐스토렌트를 선택했다. 특히 AI 프로세서 부분에 있어서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새로운 시대의 자동차 테크놀로지에 필요한 여러 부품에서 AI 프로세서, 칩에 대한 기술력을 (텐스토렌트가) 갖추고 있다. 삼성은 이런 테크놀로지를 실행시킬 수 있는 파운드리를 갖추고 있다. 이외에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삼성과 현대차가 가진 여러 관계가 있어 이에 따른 투자가 가능했을 거라고 본다. 두 회사 모두 어떠한 제조, 프로세스 과정 전후에 필요한 모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두 회사와 일하는 게 모두 즐겁게 여겨진다.

Q.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칩에서 크게 필요로 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인데, 개인적으로 HBM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A. HBM은 굉장히 멋지고 효능이 높은 기술이긴 하다. 이미 시장에도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다만 비용 효율적인 면에서는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멋진 기술인 것은 맞지만 조금 더 발전시켜 나가기에는 가격 측면에서 너무 비싼 부분이 있다. 현재 시장에선 대체품을 사용함으로써 HBM의 가격을 떨어뜨리거나 보다 비용 효율적인 기술을 사용하려는 노력이 있다. 결국 가격이 가장 큰 문제로 볼 수 있는데, 과연 HBM이 앞으로 비용 효율적이면서 높은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Q. 퀘이사가 올 연말에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져 출시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향후에 3나노 공정 아래 삼성전자와 추가적인 협력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가? 퀘이사 이후 출시를 고려 중인 모델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퀘이사는 올해는 아니고, 출시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간다.

Q. 내년으로 미뤄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
A. 당초 올해 말 출시 계획이었던 건 맞다. 하지만 기술과 새로운 디자인 문제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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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달 선보인 웜홀 AI 가속기의 초기 매출 현황은 어떤가?
A. 웜홀은 애초 목적이 개발자들을 조금 더 끌어들이기 위한 측면이 있다. 엔비디아 제품보다 싸다는 장점도 갖고 있어서 우리의 초기 목적에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Q. 과거 인터뷰를 보면 엔비디아를 경쟁상대로 볼 수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텐스토렌트가 앞으로 어떤 회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지 궁금하다.
A. 엔비디아는 텐스토렌트와 시장이 다르다. 엔비디아는 조금 더 비싸고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제품들, AI 제품들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는 CPU에 있는 AI 디자인이라든지, 로우 클래스 칩 그리고 기업들이 AI 솔루션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제품들을 주력으로 만드는 편이다. 그래서 목표는 자동차 등 다른 세부시장에서 조금 더 쉽게 AI 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오픈 소스 테크놀로지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을 많이 만들고자 한다.

Q. 미국은 다양한 팹리스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반면 한국의 팹리스는 규모가 작고 시장이 좁다는 평가가 있다. 스타트업을 이끄는 입장에서 한국 팹리스에 조언을 한다면.
A. 미국 자체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엔 굉장히 건전한 문화를 갖고 있다. 아무리 실패를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미국은 스타트업에 굉장히 긍정적인 환경이다. 특히 성공하지 않더라도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을 미래에 가지고 가서 가치를 키워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굉장히 성장한다. 성장의 동력으로 삼을 기회들을 받는 것이다. 그 문화 자체가 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에 스타트업이 많이 모여 있다. 여러 주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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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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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I가 세상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라고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AI로 달라질 세상에서 인간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면.
A. AI가 모든 소프트웨어를 대체하기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왜냐하면 확실히 AI는 미래에 사용될 만한 기술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 많은 사람의 능력이 입력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기 위해선 아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AI는 사람들이 코드나 내용을 직접 입력시켜줘야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도 AI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단 사람들이 써뒀던 코드를 바탕으로 하는 문제들이 있다. 아직은 AI보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이것이 또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Q. 리스크-V 아키텍처가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아직 시기가 이른 단계라고 생각한다. 질문 주신 대로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 굉장히 잘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소형이나 중형 CPU를 사용하는 산업군들에서는 이미 이 기술이 잘 활용되고 있다. 중국 등 일부 국가들에서는 더 상위 단계인 제품들을 사용하는 부분들도 있다. 이 기술의 장점은 어떻게든, 누구든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혁신, 개발에선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이 기술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고 있다.

Q. 올해 한국에 방문할 계획이 있나?
A. 물론이다. 여러 이벤트가 있어서 일정들을 조율해보고 있다.

대담=최일권 산업IT부장
정리=김형민 기자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자타공인’ 전설로 통한다. IT업계에선 그를 ‘천재 엔지니어’로 부르기도 한다. 켈러 CEO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가 된 후 세계적인 기업들에서 요직을 거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그가 만든 반도체 칩들은 해당 기업들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위상을 키웠다. AMD에선 수석설계자(1998~1999), 부사장(2012~2015)으로 일하며 ‘해머 아키텍처(애슬론)’, ‘젠 아키텍처(라이젠)’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이들 제품을 앞세운 AMD는 당시 시장 선두주자로 꼽히던 인텔을 위협할 경쟁자로 발돋움했다.

애플(2008~2012)에선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4, A5를 만들어냈다. 테슬라(2016~2018)에선 자율주행 칩 ‘하드웨어(HW)3’를 만들어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2018~2020년 인텔에서 수석부사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2020년 6월 인텔을 퇴사한 켈러 CEO는 넉 달 뒤 캐나다 인공지능(AI) 칩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CTO가 됐다. 지난해 1월부터는 CEO로 보직을 변경하고 기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텐스토렌트는 AI 칩을 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2016년 설립됐고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일본, 인도, 세르비아 등에 지사가 있다. AI 프로세서 개발과 반도체 설계가 강점이며 최근에는 리스크(RISC)-V 중심으로 솔루션 및 IP 라이선스를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주요
프로필>국적 : 미국
나이 : 66세직업 : 엔지니어, CEO(텐스토렌트)경력 : AMD 수석설계자(1998~1999), SiByte 수석설계자(1999~2000), 브로드컴 수석설계자(2000~2004), P.A. Semi 부사장(2004~2008), 애플 부사장(2008~2012), AMD 부사장(2012~2015), 테슬라 부사장(2016~2018), 인텔 시니어부사장(2018~2020), 텐스토렌트 CTO(2020~2023), 텐스토렌트 CEO(2023~)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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