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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는 ‘전기의 도입’만큼 충격적 변화… 준비된 기업엔 기회 [스페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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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의 시선] AI시대 빛과 그림자


파이낸셜뉴스

전국부 선임기자


인공지능(AI)이 기존 산업계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20세기 전기가 산업계에 미친 강력한 영향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은 전기를 대체할 정도로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낙관과 실망이 공존한다. 혁신기술로 초래되는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일자리 상실, 작업방식의 근본적 변화 등 그동안 안정된 질서를 누려왔던 삶의 모든 측면들이 와해되고 예측할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알 수 없는 공포에 질식해서인지 인공지능에 대한 거부와 실효성 논란도 못지 않게 크다. 현재 인공지능은 예측 분석을 위한 새로운 도구로 사용된다. 이미 일부 회사는 인공지능의 이같은 예측능력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이해하고 인공지능을 새로운 사업전략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예측을 개선하고 더 빠르고 더 낮은 비용으로 일을 처리하는 이점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예측은 기업내 의사결정 개선의 키워드다. 예측은 의사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나아가 조직내 의사결정 체계와 과정도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진정한 도약의 계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기의 장점을 빨리 이해한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전기의 잠재력이 꽃을 피웠듯이 인공지능은 예측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완전히 활용할수 있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활짝 개화하기 직전 즉 숙성하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고 호들갑이지만 아직 먼 미래의 애기일지도 모른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는 이렇게 말한다. "AI는 인간이 여태껏 공들인 것 중에서 아마 가장 중요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미칠 반향은 전기보다 클 것이다". 아직 많은 기업들은 이런 AI의 도입에 따른 이익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11%정도만이 인공지능으로 얻을 이익이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 앤드루 웅은 "인공지능은 새로운 전기다. 인공지능에는 모든 산업을 변화시키고 거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있어 인공지능에는 전기와 맞먹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전기와 마찬가지로 이런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지고 우여곡절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낙관과 실망은 역설의 시대를 낳고 있다. 전기가 처음 도입될 당시를 떠올려보라. 전기붐이 있어날 때 백열전구가 촛불을 대체하고 전기 모터가 증기 기관을 대체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변화는 더디게 왔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를 분산된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더 큰 혜택과 진정한 잠재력이 실현된 것처럼 인공지능도 예측함으로써 얻는 혜택을 완전히 활용할수 있는 순간이 되면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다. 무시할수 없는 경쟁적 규모에 도달하고 혁신이 잇따라야 인공지능의 시대는 활짝 열릴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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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사회의 종말

이런 인공지능의 예측능력은 강력한 소비사회를 앞당기는 촉매제다. 인공지능은 모든 사회의 예측력을 높여 더 많은 이익을 얻고 불확실성을 줄여 효율적인 사회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아마존은 '배송후쇼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 각 소비자의 취향을 종합분석해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물품을 소비자가 선택하기전에 미리 알아서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배송된 물건을 소비자가 거부하면 다시 회수하고 폐기하는 프로세스다. 그것이 얼마나 소비를 진작할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기존 소비의 패턴을 바꿀수 있는 혁명전야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여부는 인공지능의 예측력이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렸다. 이런 사회적 흐름은 소비사회의 패턴을 급격하게 바꾸는 계기로 작용한다. 능동적으로 전 사회의 모든 부분을 전면 소비화할수 있는 여건과 조건이 충만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소비자 사회의 압도적 충격파다. 산업사회에서 소비자 사회로 이행한 것은 이전 노동윤리의 집합적 의무와 권리에서 벗어나 아무런 제약없이 자신의 선택권을 무한 구축할수 있는 물질적 풍요로움덕에 가능했다. 그러던 소비패턴이 이제는 인공지능으로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한 소비하기에 완벽한 세상을 맞이할 때가 된 것이다. 독일 사회학자 지그문트바우만은 이런 경향에 대해 "생산자 사회가 무너지지 않는 질서와 궁극적 형태의 사회를 추구하는 '플라톤식 사회'라면 소비자 사회는 실용적이고 유연한 '아리스토텔레스식의 사회'라는 말로 비유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누가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기회가 차고 넘치는 곳에 존재하는 자가 승자다. 승자의 요건은 신뢰성이자 미학에 달렸다. 소비의 미학은 가능성들의 거대한 매트릭스이자 강력하고 짜릿함 같은 체험이다. 세상은 이같은 강렬함과 짜릿함이 부여해주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결국 노동 자체를 가장 만족스러운 오락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소비의 미덕이 있다. 인공지능이 그 길을 열고 있다.

인공지능의 예측능력은 소비사회를 앞당기는 촉매제다. 인공지능은 모든 사회의 예측력을 높여 불확실성을 줄여 효율적인 사회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지배력의 이동… 판도변화

인공지능은 기존 기업보다 신생 기업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술변화가 구조적 문제라면 조직의 우선 순위를 바꿔야 하지만 기존 조직들은 경직된 조직문화탓에 이런 변화의 흐름에 둔감할수 밖에 없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시장에서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아이폰의 영향력을 깍아 내렸다. 당시 휴대폰 시장의 강자였던 노키아와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 별 영향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블랙베리는 키보드를 내장한 이메일과 텍스트 전송 기계라는 장점으로 사업가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하드웨어 네트워크가 효율적이고 보안 또한 훌륭한데다 충격에도 강했다. 반면 아이폰은 부서지기 쉬웠으며 키보드도 없고 더 느린 이동통신 인프라를 이용했다. 배터리 수명도 엉망이었다, 한마디로 당시 휴대폰 사업자들은 애플이 이 산업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무시했다. 이들의 평가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구조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혁신적인 구조를 위해 애플은 배터리 수명 등 다른 기능을 희생하는 선택을 했고 이런 통합기능이 앞으로 신기술의 미래를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적 변화의 물결을 앞당긴 애플의 혁신적인 시도는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새로운 미개척지를 개발하고 발견했으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혁신의 딜레마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수 있었던 것은 신기술의 변화의 흐름에 재빨리 올라탈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중시하는 바람에 신기술이 빚어낼 득과 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해할수 없었다. 즉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 경우다.

인공지능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삼으려면 이에 걸맞는 조직 재구성과 문화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전 성과에 고착화돼 있는 현재의 조직 구조로는 이런 변화를 수용하기에 벅차다. 변화에 따른 조직 내부의 반발이 너무 크고 기껏해야 변화의 시늉만 내는 정도에 그칠수 있어서다. 경영진이 그릇된 결정을 내린게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결정 즉 회사가 수십년 동안 성공을 구가하도록 만든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이 문제다. 혁신가의 딜레마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뜻이다. 산업을 탈바꿈시키고 산업내 지배력을 확득할수 있는 것은 새로운 시스템에서 나온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은 발전이 더디고 복잡성 때문에 따라하기가 힘들다. 이런 이유에서 산업판도를 바꿀수 있는 시스템의 혁신을 이룰수 있는 기업이나 조직이 기회를 얻는다.

인공지능을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면 이에 걸맞는 혁신이 필요하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수 있었던 것은 신기술 변화의 흐름에 재빨리 올라탔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사례는 혁신적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선도해 시장지배력을 키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시장의 리더였던 블록버스터 비디오는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했다. 비디어 대여점을 통해 비디어 시장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지만 작고 견고한 새로운 DVD기술로 우편서비스시스템을 활용한 넷플릭스의 공세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넷플릭스는 사업 초기 소비자 구독모델을 사업 수단으로 삼아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고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배달까지 해주었다. 당연 대여점을 방문할 필요도 없었고 대여 기간에 따른 연체료도 없었다. 가맹점들의 수익이 악화하자 블록버스터는 다시 예전의 모델로 돌아갔지만 새로운 시스템의 변화를 막기에는역부족이었다. 결국 당장의 지배력을 확고히하고 있는 기업은 바로 그 지배력으로 미래 지배력을 상실하는 역설적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선듯 다가온 듯 보였지만 아직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에는 갈길이 멀다. 전기, 내연기관, 반도체 등 인공지능에 버금가는 혁신적 기술도 모두 그 출발이 더뎠고 본궤도에 오르는데 수십년이 걸렸다. 지금은 기회의 경계선에 서 있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모색과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기회를 가로막는 장애물과 개혁에 저항하는 반발 등 예측할수 없는 변수가 산적해 있다. 인공지능의 물결은 기존 관념과 지식의 패러다임으로는 예측하기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조직의 유연성과 적응력이 향후 판도 변화를 결정지을 관건이 될 전망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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