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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단독] 군인연금 月 25만원 줄어들면 간부 40% 軍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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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연구원 조사 결과

복무 연수 만19.5년 미만자 분석

25만원 미만 때도 20% “조기전역”

“간부 지원 때 연금 중요 역할” 68%

개혁 추진 땐 안보 공백 가능성도

정부와 대통령실이 조만간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를 예고하며 직역연금 개혁도 논의에 포함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군인연금이 줄어들면 군 간부들이 대거 이탈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금제도 개편으로 기대연금액이 월 25∼50만원 감소하면 10명 중 4명은 조기 전역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복무연수가 만19.5년 미만의 응답자 581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결과로 25만원 미만으로 감소해도 20% 이상은 조기 전역을 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제79주년 광복절인 지난 15일 경북 경주시 황성공원에서 열린 대형 태극기 게양식에서 육군 장병이 게양되는 태극기에 경례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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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간부에 지원할 때도 군인연금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KIDA 설문조사 결과 군 간부 지원을 결정할 때 군인연금이 가장 중요했다는 답변이 35.5%, 다소 중요했다는 답변이 32.2%로 나왔다. 군과 같은 직업은 경제적 보상 수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군인연금이 기대생애소득의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연금액 변화는 병력 획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KIDA의 설명이다.

군 당국은 초급간부 지원율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군인연금마저 줄면 군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거라고 우려한다. 실제 2021년 군 간부 희망 전역 수는 2808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4294명으로 늘었고 장교 임관 경쟁률은 2.75대1에서 2.1대1로 줄었다.

이는 군인의 기대생애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군인은 공무원 등과 정년제도가 달라 재직 기간 전체소득은 공무원보다 현저히 낮으며 기대생애소득(재직소득+퇴직후소득+연금소득)도 공무원보다 약 4.5%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용원 의원은 “군 간부 인력 획득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금 혜택마저 줄어들게 된다면 최악의 안보 공백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 간부들은 장기복무를 지원해도 진급을 하지 못하면 정년이 짧기 때문에 노후 보장 측면에서 ‘군인연금’이 중요한 요소라고 느끼고 있었다. 세계일보가 취재한 초급간부 중에서도 군인연금이 줄어들면 조기 전역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이들이 많았다. 임관 10년 차인 김모 대위는 “군인연금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중령진급을 못 하면 연금을 받는 액수가 다른 연금들보다 훨씬 적다”며 “군인으로서의 미래가 어두워 전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노후 보장이 어려워진다면 군에 남아있을 이유가 사라진다”고 답했다.

육군 이모 소령은 “어릴 때는 격오지에 근무하면서 주말에 있는 친구들 결혼식이나 가족 모임도 못 갔고 가정이 생기고 나서도 이사도 자주 다녀야 하고 삶을 희생하면서 복무하고 있지만 보상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며 “연금 받는 것마저 문제로 삼는다면 자괴감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대침투종합훈련 중 주둔지 주변에서 거수자를 수색하는 육군 제11기동사단 철마대대 장병들. 육군 제11기동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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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연금, 50년 넘게 적자… 개혁안 나올까♣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군인연금 등 3대 직역연금도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가보조금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63년에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7년에 기금이 고갈됐고, 1973년부터 50년 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군인연금에 대한 국가보전금 규모가 2024년 2조2329억원에서 2060년 10조84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때문에 군인연금도 더 내거나, 덜 받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과 공무원 연금이나 사학 연금과 달리 군인연금은 군 간부 획득과 직결되므로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1대 국회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군인연금을 큰 폭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당시 “군인연금 적립기금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국민연금과의) 단순한 통합은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며 “현재 군인연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14%에서 18%, 연금 지급률(받는 돈)을 1.9%에서 1.7%로 낮춘 2015년 공무원 연금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5년 당시 군인연금은 개혁 대상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받게 되는 액수의 차이가 크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비교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월평균 급여액이 55만원이지만, 군인연금은 277만원으로 격차가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정부와 여야는 군인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해당 정부 부처에서 성안되고 국회로 협조요청이 오면 그때부터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군인연금 개혁은 검토한 바 없고, 21대 국회에서도 논의된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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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요원들이 국가중요시설 테러를 위해 침투한 적에 대한 격멸작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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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연금은 軍 희생에 대한 보상 성격”

반면 공무원 연금이나 사학 연금과 달리 군인연금의 경우 정년이 짧고 위험과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군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잦은 격오지 근무와 짧은 정년, 생명담보 임무 수행, 열악한 주거 안정성 등 재직 기간에 치르는 희생에 대한 보상이 군인연금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군인연금 재원을 국가가 더 많이 부담하는 사례가 많았다. 미국과 영국, 독일의 경우 보험료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고 지급률 역시 우리보다 높거나 비슷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기여금을 개인과 국가가 1대 3 비율로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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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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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유용원 의원은 군인연금 재원 부족분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을 ‘보전’이 아닌 ‘보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군인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군인연금 지급에 드는 비용 중 부족한 금액은 국가에서 부담하도록 하면서 이를 ‘보전금’으로 명칭하고 있으나 군인연금은 군인의 희생에 대한 국가의 보상 성격으로 볼 필요가 있으니 명칭을 ‘보상금’으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군인연금의 부족한 재원을 채우는 국가보전금은 군의 특수성을 반영해 국가를 위해 젊은 날을 바친 희생에 대한 보상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현모·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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