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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코로나 유행 심상찮은데 약도 의사도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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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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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궁암 수술을 받은 60대 A씨는 최근 인후통과 발열 증상이 나타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입했다. 간이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뜨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집 근처 내과를 찾았고 신속항원검사(RAT)를 통해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암 수술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던 A씨는 당연히 처방약을 받을 거라 생각했지만 병원에선 구할 수 없었다. 보건소를 통해 백방으로 알아본 뒤에야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약국에 치료제 하나가 겨우 남아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나이도 있고 면역저하자라 갑자기 나빠질 수 있다며 조심하라더니 정작 필요한 약은 못 준다더라"면서 "치료를 할 수가 없는데 뭐하러 3만원이나 내고 진단검사를 받았나 싶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입원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 유행의 고비가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올해 비축해놓은 코로나19 치료제 물량이 최근 동나면서 지역은 물론 수도권 대형병원에서조차 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까지 지속되고 있어 환자를 볼 의료진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선 치료제 확보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마스크 쓰기 등 일상 방역을 강조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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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이달 2주 차 기준 1357명(잠정)으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주 차만 해도 148명이었던 수치가 한 달 새 9배 이상 뛰었다. 홍정익 질병청 감염병정책국장은 "현재 환자 수 증가에는 오미크론에서 뻗어 나온 'KP3 변이 바이러스'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비상 상황이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는 늘어나는 데 반해 치료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구 항바이러스제의 경우 공급이 곤란한 게 아니라 아예 없다"며 "입원을 해야 될 정도의 환자에게는 주사형 바이러스제를 쓰는데 그것도 간당간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부터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지 못한 환자가 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다음주부터 9월 둘째 주까지 입원 환자가 상당수 발생하고 사망자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인 2020년과 달리 올해는 의료 공백으로 인해 개별 병원의 환자 수용 여력이 바닥이라는 점이다. 전공의 이탈이 6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한 대형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주위에 어르신이 계시면 앞으로 2~4주 동안 외출을 삼가라고 당부하는 것이 좋다"며 "의료대란으로 병상은 있지만 의료진이 없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리면 운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의 교수는 "그저 사명감으로 어떻게든 환자들을 감당하려고 노력했던 2020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있을 초·중·고교의 개학, 추석 연휴 등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정부는 치료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현재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주사제의 경우 26만명분 이상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일상적으로 마스크 착용이나 감염병 예방 수칙, 아프면 쉬는 문화 등을 강조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가 불가피하게 지연된 측면이 있는데, 물량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코로나19 유행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권고 조치 등을 언급하면서 "정부는 현재 적극적으로 코로나 재확산에 대응 중"이라며 "급증한 수요 대응을 위해 현재 긴급 예비비를 확보했고 치료제의 추가 구매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아프리카 대륙에 국한돼 있던 원숭이두창(엠폭스)에 대해서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스웨덴에선 아프리카 대륙 외 엠폭스 감염자가 처음 발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인접국에서 급증하고 있고 국내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국내 유입 가능성을 고려해 긴급 위험 평가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심희진 기자 / 김지희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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