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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게 빠지면 잔치도 아니다" 최고 중의 최고 진미는 '지느러미'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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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환상의 상어지느러미 "샥스핀 없으면 잔치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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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철갑상어 알인 러시아의 캐비아, 거위 간 요리인 프랑스의 푸아그라와 함께 식도락가들이 세계 3대 진미로 꼽는 요리가 중국의 상어 지느러미, 샥스핀(shark's fin)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명했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1972년 공산 중국을 방문해 당시 미중 화해의 물꼬를 튼 닉슨 전 미국대통령의 환영 만찬에 차려진 이후부터다. 한국전쟁 때 총부리를 맞대고 싸웠지만 1969년 중소 국경 무력 충돌 이후 미국의 지원이 절실했던 중국이 미국과 손잡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준비했던 요리 중 하나가 샥스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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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지느러미 (샥스핀) 출처: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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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샥스핀은 손님 접대의 상징과 같은 요리였다. 손님으로 초대받았을 때 식탁에 포삼시두(鲍参翅肚) 중 하나가 차려져 있으면 극진한 환대를 받는다는 표시라고 한다. 풀어 말하자면 말린 전복(鲍鱼), 말린 해삼(海参), 상어 지느러미(鱼翅), 생선 부레(鱼肚) 요리다. 산과 바다에서 나오는 진귀한 음식인 산해진미 중 맛있고 특별한 바다 요리에 해당되는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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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삼시두 요리. 출처: 바이두


그중에서도 샥스핀 요리는 희소성 때문인지 부와 권력, 사치의 상징처럼 여겼다. 그런 만큼 중국에서도 요리 천국이라고 하는 광동성에는 "샥스핀 요리가 빠진 잔치는 잔치도 아니다(無翅不成宴)"라는 속담이 있고 호화스러운 잔치상을 아예 "샥스핀 요리상(魚翅席)"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어쨌든 중국에서 샥스핀 요리를 얼마나 중하게 여겼는지를 이런 속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샥스핀 요리에 대한 극찬은 중국 고전소설에도 나온다.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와 함께 4대 소설로 꼽는 『금병매』의 주인공 서문경이 어느 생일잔치에 초대받았는데 진귀하고 맛있는 요리가 아흔 가지나 차려졌다. 이때 집주인이 "진수성찬을 모두 마련해 바다제비집 수프도 있고 상어 지느러미도 있는데 다만 용의 간(龍肝)과 봉황의 골수(鳳髓)만 빠져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겸손을 떠는 말 같지만 용과 봉황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니 구할 수 있는 산해진미는 다 차렸다며 생색내는 말이다. 그러면서 샥스핀을 산해진미의 대표 격으로 거론했다.

샥스핀 요리라고 다 같은 샥스핀이 아니다. 어떤 상어 지느러미를 썼는지, 누가 요리했는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명품으로 꼽는 것이 황민어시(黃焖魚翅)와 통천어시(通天魚翅)라는 요리다. 이중 황민어시는 중국의 양대 요리 명문가로 꼽는 청나라 말 고관을 지낸 담종준 집안 요리인 담가채(譚家菜)의 대표 요리라고 한다. 이 샥스핀 요리는 상어 중에서도 필리핀산 상어인 여송황(呂松黃)의 지느러미를 7일 동안 우려낸 후 3년 동안 알을 낳지 않은 늙은 암탉을 잡아 4-5시간 동안 고아 탕을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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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어시. 출처: 바이두


통천어시는 공자 집안 요리로 공자 집안의 70대 손인 연성공 공헌배에게 시집간 건륭황제의 13번째 딸이 아버지인 황제가 공자묘에 참배하러 곡부에 내려올 때마다 만들어 바쳤다는 샥스핀 요리다. 사실 여부는 확실치 않은데 어쨌든 공자 가문과 청나라 황실을 결합시켰으니 최고 중의 최고 샥스핀이라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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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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