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최전방' 티투 섬, 민간인 200여명 거주
남중국해 필리핀 티투 섬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확장에 맞서 필리핀이 자국 영유 섬에 주민 이주를 장려하고 군사 시설을 보수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할 경우 '최전방'이 되는 티투 섬(필리핀명 파가사)에는 현재 민간인 정착민 약 65가구, 200여명이 살고 있다.
이곳은 필리핀 팔라완 섬에서 북서쪽으로 400여㎞나 떨어진 불과 0.37㎢ 넓이의 작은 섬이다.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100여개 섬·암초 가운데 민간인이 사는 유일한 섬이기도 하다.
필리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최근 닷새 동안 이 섬을 방문한 NYT 취재진에 따르면 중국 해상민병대 등 중국 측 선박 수십 척이 이 섬 주변을 둘러싸듯이 진을 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남중국해 주요 거점으로 대규모 군사 시설이 들어선 수비 암초(중국명 주비자오)가 불과 20여㎞ 거리에서 밤에 도시처럼 조명을 환히 밝히고 있어 중국의 영역 확장 압박이 즉각 체감되는 곳이다.
이에 맞서 필리핀 측도 2018년부터 이 섬의 노후한 군사 시설을 개수하기 시작했다.
또 이곳에 사는 주민이 늘어날수록 영유권 확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본토 주민들의 섬 이주를 장려하고 있다.
마저리 가니조(36) 씨는 지난해 11월 중국 침공 위험을 무릅쓰고 남편, 8명의 자녀와 함께 이곳에 이사 왔다.
전에 팔라완에서 한 달에 약 80달러(약 11만원)를 벌던 남편은 이곳 군 시설 공사 현장에서 용접 일을 하면서 이전의 4배 가까운 350달러(약 48만원)를 벌고 있다.
가니조 씨는 굶주림과 두려움 중에 하나를 선택했다면서 "어디에 있든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티투 섬에는 가니조 씨 같은 민간인 정착민 외에도 군 시설 개수 작업을 위해 노동자 약 150명이 머무르고 있으며, 군인·해경·소방관 등 약 100명이 상주하고 있다.
그간의 공사로 티투 섬은 이제 콘크리트 포장 활주로, 대피소가 있는 항구를 갖췄으며, 항공기 격납고·관제탑·군 막사·의료센터·학교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남중국해 필리핀 티투 섬 |
하지만 티투 섬의 생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나무·합판·방수포로 만들어진 주민들의 집에는 아직 상수도도 없고 의사는 올해 처음 섬에 들어왔다.
섬 주변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제외한 쌀·밀가루·계란·육류·가축·의약품 등 생필품은 모두 바깥에서 배로 실어와야 한다.
당국은 티투 섬으로 이주를 장려하기 위해 많은 양의 식량을 민간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러나 날씨가 나빠져 배 운항이 중단되면 식량이 부족해지곤 한다고 NYT는 전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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