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외교부 당국자는 사도광산 추도식 관련 “매년 7, 8월 추도식을 할 예정이고 올해 개최 시기는 일본과 협의 중인 것”이라며 “외교부에서 일본과 추도식 합의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해드린 바는 없다”고 말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오른쪽)과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 노동자 명부 제출 요청은 여전히 협의 중이라고 밝혀 의미 있는 진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정부 입장에 대한 질문에는 식민 지배가 불법적이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광복회로부터 식민 지배에 대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입장을 요구한다면 소명할 계획이냐는 물음에는 요청이 올 경우 그때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외교통일외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도광산 협상 관련 여러 질의를 받았다.
먼저 우리 정부가 강제성을 포기한 것이라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발언에 “강제성을 포기하진 않았다”며 “협상 초기부터 2015년에 우리가 얻어낸 합의 결과를 최저선으로 하고 협상에 임할 것이다. 거기서 후퇴하는 건 논 스타터(non starter·애당초 가능성이 없는 것) 도저히 협상을 진전시킬 수 없는 걸 분명히 하고 일본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강제성이란 용어는 없지만 내용상으로 사실상 인정을 받아낸 것이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2015년 군함도 때와 비교해 “이행조치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진전됐다고 자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도광산에서 2㎞ 떨어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이 설치되는 것에 합의한 부분을 비판하는 질의도 이어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글 후기 등을 비교하며 “300개 넘는 후기가 있고, 사도광산에 가기 전 필수로 방문해야 한다고 언급되는 ‘키라리움 사도’가 아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아이카와 향토 박물관을 장소로 선정했다는 것은 전시물 내용을 볼 필요도 없이 외딴 곳에 숨겨두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외교부가 부도 수표 대신 받은 것이 이런 현물이라면 차라리 부도 수표를 국제사회에 남발했다고 어필하는 것이 마땅한 협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에 조 장관은 “일견 동의하는 부분이 심정적으로 있으나 등재 반대가 우리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본다”며 “9년 전 협상을 교훈 삼아 이번에 진전을 이뤘듯이 기록을 남겨 축적시키는 것이 등재 반대로 자폭하듯 하는 것보다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발언에 나선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도광산 협상 대표였던 외교부 담당자가 현장에 한 번도 가지 않고 협상에 임한 점을 지적한 뒤 그로 인해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측 협상이 불리해진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뉴스1 |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영문 표기명을 외교부는 ‘Aikawa History Museum’이라 했는데 일본과 유네스코 표기는 ‘Aikawa Folk Museum’이라 역사(History)라는 단어가 본래는 들어가지 않으며, 이곳이 유네스코 등재 범위가 아닌데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를 설치하자고 합의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외교부가 당초 조선인 노동자 전시물 장소로 검토한 3곳 중 사도광산 전시자료관, 키라리움 사도는 등재 범위 내에 있으나 정작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은 등재 범위 밖이라는 점도 비판했다.
앞서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지난달 28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46차 유네스코 전체회의에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한국은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일본에 요구했고, 여기에 일본이 조선인 노동자 전시물과 매년 추도식 개최 등을 약속하면서 전원 동의가 이뤄진 결과다. 그러나 ‘강제성’이 명시되지 않은 전시 설명문이 후퇴된 조치라거나 전시 장소의 부적합성에 대한 지적 등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