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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사설]은행 신뢰 망치는 멋대로 대출...내부 통제 말로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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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부정대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 1월까지 약 4년에 걸쳐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개인, 법인)를 대상으로 42건,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28건, 350억원은 대출심사 등에서 부적절하게 취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19건(잔액 269억원)에선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이다. 임종룡 현 회장은 12일 긴급임원회의에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느낀다”며 고객에게 사과했다.

손 전 회장이 해당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대출이 일어난 시기는 그의 재임(2018년 12월~2023년 3월) 기간과 겹친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이 지주 및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건은 5건, 4억 500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차주 등의 위법혐의 등을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부정대출은 지주·은행의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다. 임종룡 회장 역시 “부당한 지시, 일부 직원의 기회주의적인 처신, 허점투성이 내부통제 시스템 등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경남은행에선 3000억원대 횡령사고가 발생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은 경남은행 전 투자금융부장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59억원을 명령했다. 법원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장기간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며 “금융기관 및 종사자의 신뢰에 악영향을 끼쳤고, 무너진 금융시스템 신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은행업은 신뢰가 기초다. 은행에서 부정직한 일이 발생하면 돈을 맡긴 고객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부정대출이나 횡령 또는 고위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 등은 신뢰를 단숨에 갉아먹는다. ‘참외밭에선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금융업 종사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경구가 아닐 수 없다. 금감원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임직원들의 이해상충 측면에서 개선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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