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는 안세영 |
(서울=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이른바 '안세영 폭로'에 대한 정부의 조사가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2일 대한배드민턴협회에 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안세영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인터뷰를 통해 폭로한 협회 관련한 여러 주장의 경위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도 관련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9월 중 결과를 발표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번 조사가 문체부가 밝힌 것처럼 "미래지향적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안세영은 파리 올림픽에서 28년 만에 한국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안긴 직후 공개적으로 협회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다. 선수 지원과 관리 부실, 부당한 관행 등을 지적하면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리고 금메달을 따기까지의 "원동력은 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분노였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귀국 직후 "싸우자는 게 아니라 운동에 전념하고 싶다는 호소"라며 한발 물러났으나 협회 측이 조목조목 반박 자료를 내면서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양상이 돼 버렸다.
이번 조사가 양측 주장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잘못된 제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를 고집하면 개인의 자율에 기반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안세영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광고가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으로도 경제적인 보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스폰서나 계약적인 부분을 막지 말고 많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가 되면 개인적인 후원을 받을 여지가 줄고, 협회나 대한체육회 차원의 후원사에 종속되는 현실의 개선을 주장하는 것이다. 협회 측은 대표팀 운영의 현실과 비인기종목 특성상 선수 개인의 입장을 다 받아줄 수 없다고 하는데 이해가 가는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안세영과 같은 세계적인 스타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면서도 대표팀과 종목 전체의 발전을 함께 꾀할 수 있는 '운용의 묘'를 찾아 살려야 한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한국의 엘리트 체육 육성과 운영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스포츠가 국위 선양의 수단인 시대는 벌써 지났고, 우리나라도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날 만큼 국력이 여러 방면에서 눈부실 만큼 성장했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이번 올림픽 경기를 할 때나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도 메달의 색깔만큼 존중받길 원한다는 생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일(안세영의 문제 제기)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지금이 체육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개혁하는 적기"라고 말했다. 안세영의 폭로는 한국 스포츠의 구조적 혁신을 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체부의 이번 조사가 그 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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