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0 (화)

페트병→에코컵 옮겨담기가 친환경? 코카콜라에 쏟아진 비난[파리올림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음료 1800만잔 제공하는 코카콜라

음료수 기계 배치 안한 일부 지역서

페트병에 담긴 콜라를 컵에 부어 제공

"기괴하다" "관중이 바보냐" 지적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2024 파리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요 후원사인 코카콜라가 '그린워싱(친환경 이미지 세탁)' 논란에 휩싸였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며 재활용이 가능한 컵, 일명 에코 컵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정작 페트병에 들어있는 콜라를 에코 컵에 따라주는 장면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플라스틱을 이중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IOC 공식 후원사로 지난달 26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진행되는 파리올림픽·패럴림픽에서 음료 1800만잔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를 보러 온 유료 관중에 판매할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도 이를 제공한다.

코카콜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며 폐기물을 줄이는 데 전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파리올림픽의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코카콜라는 파리 내 올림픽 경기장 인근에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음료수 기계 700대를 배치하고 유리병을 사용해 음료 절반 이상인 960만잔은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일부 지역에 음료의 상태나 안전상의 문제로 음료수 기계를 배치하지 않기로 하면서 발생했다. 기계가 없다 보니 판매대에서 페트병에 들어있는 코카콜라를 에코 컵에 따라주는 식으로 음료를 제공했다. 발생한 빈 페트병은 보관해 모두 재활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그렇게 제공되는 음료가 무려 620만잔에 달하면서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를 두고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는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프랑스에서 쓰레기 감축 목소리를 내온 NGO인 제로웨이스트프랑스의 마린느 보나비타 프로젝트 리더는 "페트병에 있는 코카콜라를 에코 컵에 붓는 건 제로 플라스틱이라는 우리의 비전과는 거리가 있는 행위"라면서 시민들도 이러한 행위에 충격을 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사진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기괴하다", "관중을 바보로 본 것", "그린워싱으로 금메달을 따려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아시아경제

2024 파리올림픽 경기장 인근 지역에 설치된 음료수 기계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카콜라가 사용하는 에코 컵 자체도 사실상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코카콜라는 2유로의 보증금을 받고 에코 컵을 제공했다가 사용자가 이를 반환하면 다시 돈을 돌려주고 있다. 그렇게 준비한 에코 컵만 1300만개다. 다만 파리올림픽 로고 등이 포함되면서 사실상 컵 자체가 올림픽 기념품으로 작용해 반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육상경기를 보던 한 덴마크인 관광객은 "컵 디자인이 맘에 든다. 집에 하드락 컵 여러 개가 있는데 거기에 같이 보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코카콜라 음료 판매대에서 받은 에코 컵이 반환하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의 나탈리 곤타르트 연구위원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는 기이한 방법"이라며 "대중은 바보가 아니며 모두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해서는 음료수 기계를 모든 장소에 배치하고 현장에서 에코 컵을 씻어서 재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설탕 사용으로 건강에 해로운 코카콜라가 올림픽을 '스포츠워싱'(스포츠 이벤트로 이미지 세탁하는 행위)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 관련 비영리단체인 바이털스트레티지스의 전문가들은 최근 논평을 통해 IOC가 코카콜라와 협력을 계속할 경우 영양실조, 환경파괴, 기후변화 등 세계적 유행병을 심화하는데 공모할 위험이 크다며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