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지휘 기지 있어 공격했다"면서도 근거 제시 안 해
이집트·요르단 등 역내 국가들, 이스라엘의 휴전 의지에 의구심 나타내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한 학교가 이스라엘군의 로켓 공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아침 기도 시간에 실시된 공격에 100여 명이 숨졌다. 2024.08.10/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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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가자지구 내 학교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한 달 이상 반복되자, 공격의 고의성과 패턴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복적으로 피난소로 쓰이는 학교들 공격
이스라엘군은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다라즈 지역에 위치한 타바엔 학교에 로켓 3발을 발사했다.
아침 기도 시간, 기습적으로 실시된 공격에 100여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가자지구 민방위국은 발표했다. 일부 시신은 화재에 불탔다.
타바엔 학교에는 약 250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여성과 어린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장을 위해 시신 운구를 맡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10일 숨진 가족의 시신을 붙잡고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는 여성에게 울먹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있다. 이날 가자시티 한 학교에 가해진 이스라엘군의 로켓 공격에 학교에 대피해 있던 팔레스타인 난민 90명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다라즈 소재 알 타비엔학교내 하마스 지휘통제소를 타격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2024.08.10 ⓒ AFP=뉴스1 ⓒ News1 권진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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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학교에서 발생한 학살은 끔찍한 범죄에며 위험한 (갈등) 확대(escalation)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타바엔 학교에 하마스 대원 20여 명과 이슬람 지하드 무장 세력이 활동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가자지구 언론 사무소가 발표한 사상자 수가 "과장됐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에 실시한 가자지구 내 학교 공격 후에도 "건물 내 하마스 지휘 통제 센터에서 활동하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공습했다"고 이유를 댔다. 단, 이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CNN은 짚었다.
유엔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표적으로 삼은 학교는 지난달에만 무려 17곳. 희생자 수는 163명에 달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지난 5일, 학교에 대한 공습이 "전개되는 패턴"에 "공포를 느낀다"며 "이런 공격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 앞두고 희생자 다발…휴전 의지 있나
지난달 31일에는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에 머물고 있던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가 암살되는가 하면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사령관이 레바논에서 살해됐다. 두 건 모두 이스라엘이 배후로 지목됐다.
이란 시민들이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장례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 2024.08.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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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비롯한 이란까지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고 나서자 중동 지역의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됐다. 이스라엘 내 일부 분석가들마저 네타냐후 총리가 전투를 장기화시켰다고 지적한다고 AFP는 전했다.
더 이상의 현상 악화를 막고자 미국·이집트·카타르 등 휴전 협상의 중재역을 맡은 국가들은 오는 15일, 도하 또는 카이로에서 "더 이상 지체 없는 합의 이행"을 위해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한 학교에서 사람들이 희생자의 시신을 파손된 건물 밖으로 빼내고 있다. 2024.08.10/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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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희생자가 나오자 주변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정말 휴전할 의지가 있는지 반문하고 있다.
이집트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종식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요르단 외무부도 학교를 공격한 시점이 "(휴전 협상) 노력을 방해하고 저지하려는 이스라엘 정부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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