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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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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오세훈 서울시정, 돌봄의 자리는 있는가?[오세훈 시장 2주년, 시민사회 릴레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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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약자와의 동행을 본인이 정치하는 이유로 내세우며 상생도시, 글로벌 선도도시, 안심도시, 미래감성도시로 요약되는 서울비전 2030을 제시했지만, 서울시의 시정에 돌봄의 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가 발표한 민선 8기 공약실천계획서에 따르면, 서울은 전국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 심각한 고령화, 그리고 1~2인 가구가 이미 2015년에 총가구의 절반을 넘은 가구분화를 언급하고 있다.

지표들은 공통적으로 돌봄공백과 돌봄의 사회화 필요성을 가리키고 있지만, 문제에 대한 인식과 적절한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민선8기 244개의 정책공약 가운데 돌봄 분야의 정책은 5개뿐이다. 그중 4개는 키즈카페 조성 등 인프라 관련 정책들이다. 그나마 돌봄인력과 관련된 ‘우리동네돌봄단’ 확대 정책은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공공일자리 사업인 보람일자리 사업을 준용하고 있다.

오 시장이 새롭게 서울시정을 책임지게 된 이후 서울시가 돌봄 관련 주목을 받은 두 개의 사건이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와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개의 사건이 모두 오 시장과 서울시의 독자적 정책이라기보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 방향과 적극적으로 조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외국인 돌봄노동자 활용 방안과 함께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가 촉발된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돌봄노동자 도입 필요성과 이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제안하는 글을 발표했으며, 여기에 오 시장도 적극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외국에서 데려오지만 돈은 적게 주자는 발상이다. 이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거부하고 특히 여성의 부불노동에 기대어 값싸게 해결하려는 뿌리 깊은 인식의 재현이며, 선진 자본주의에서 제3세계 돌봄노동을 착취하는 국제적 수탈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낸시 프레이저의 규정과 다르지 않다.

다음으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폐지이다.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사회서비스원법 제1조)으로 설립돼 운영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 무슨 문제가 있었길래 폐지에까지 이른 것일까?

폐지 논의 당시 서울시의회 의장과 서울시장은 민간보다 일은 적게 하면서 돈은 많이 받아 가는 염치없는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과연 그러한가? 코로나 시기 아무도 돌보려하지 않는 코로나 확진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 돌봄의 책무를 끝까지 놓지 않았던 이들을 “뇌물을 받는 하마” 조직의 “염치없는 노동자들”이라고 볼 수 있나.

공공의 사회서비스 직접제공 기관으로서, 그에 맞는 서비스의 질과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구현하는 데 가장 최일선에 있던 기관이 바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아니었던가?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폐지되는 과정에서 정부의 주무 부처인 복지부도, 사회보장위원회도, 대통령실도 한결같이 사실상 적극적으로 방관함으로써 힘을 보탠 셈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6월에 열린 112차 총회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와 돌봄 경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의결한 바 있다. 보고서는 여성 중심의 부불노동을 성별간 균등 분배하고 돌봄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통해 돌봄 노동을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돌봄 경제에 대한 투자가 사회적으로 양질의 돌봄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의 서울시는 이와 같은 국제기구의 주장과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상생도시와 글로벌 선도도시를 내세우는 오 시장의 구상은 기존 돌봄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과 이에 기반한 획기적인 혁신을 통해 돌봄의 자리를 만들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

<김진석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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