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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투잡에 신용카드 한도 채워쓰고 왔다"…올림픽 유명인사 된 60대 할머니[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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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 된 60대 미국인 비비안 로빈슨

이번에 개막식·38개 경기장 방문

올림픽 사이엔 자금 마련에 몰두

거주지 LA서 다음 올림픽 열리자 "아쉬워"

"예산 규모가 커서 저축하기 쉽지 않았지만, 그보다 1000배의 가치가 더 있답니다."

1984년부터 지난 40년간 하계올림픽만 일곱차례 방문하며 매번 개막식과 30여개 경기장을 돌아다니는 올림픽 '슈퍼 팬(super-fan)' 미국인 비비안 로빈슨(66)이 주목받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에 오기 위해 그는 지난 3년간 1만달러(약 1378만원)를 저축했고 결국 파리 곳곳을 누비고 있다. 온몸에 그동안 모아온 올림픽 기념품을 매달고 돌아다니는 탓에 그는 관광객에게도 알려진 올림픽 유명 인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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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광팬인 미국인 비비안 로빈슨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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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최근 올림픽 현장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로빈슨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그는 1984년 고향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통역가로 일했던 자신의 어머니가 올림픽 후일담을 전해주며 선수들의 배지를 전해주는 경험을 통해 올림픽에 빠져들었다. 이후 1996 애틀랜타올림픽, 2000 시드니올림픽, 2004 아테네올림픽,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까지 방문했다.

올림픽 열광 팬인 로빈슨이 이러한 팬심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올림픽 개최지를 방문해 경기장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다. 또 올림픽 참석을 위한 본인 만의 의상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보도에 따르면 로빈슨의 이번 프랑스 파리 방문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그가 파리에 오기까지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기 때문이다. 낮에는 해안가에서 목걸이를 판매하고, 밤에는 식료품 상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투잡으로 돈을 모았다. 거기에 신용카드를 최고 한도까지 사용해 개막식과 38개 경기 티켓을 구입했다.

그는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아느냐. 그렇지만 인생에는 일이 계속 생기고 인생은 계속되며 가끔은 실패하기도 하지만 결국 성공한다"며 "그건(예산) 중요치 않다. 결국 돈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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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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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올림픽은 예산이 발목을 잡았다. 중국을 방문하려고 비자까지 받았지만, 여행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한다. 2020 도쿄올림픽은 경기 티켓까지 구매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관중 없는 경기가 진행되면서 모두 환불받는 일도 경험했다.

그렇게 돈을 모아 힘들게 온 파리였지만 실망스러운 일도 있었다. 로빈슨은 1600달러를 내고 개막식 티켓을 구입해 파리 센강 다리 위편 좌석에 앉아있었으나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장면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TV를 보려고 1600달러나 내면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로빈슨은 파리올림픽 의상 준비에만 1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얀 천으로 만든 옷과 모자 위에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를 그리고,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장식품 수십 개를 매달았다. 그 외에도 40년간 선수들에게서 받아 모아온 배지와 각종 패치, 작은 깃발도 붙였다. 이런 의상을 본 관광객의 사진 요청에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AP는 전했다.

로빈슨은 평생 올림픽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귀국해 다음 올림픽을 위한 자금 마련에 집중한다. 다음 올림픽이 본인이 사는 LA에서 열리는 만큼 비행기 티켓값이나 숙소 비용을 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어딘가로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로빈슨은 "다음번엔 LA에서 경기하면서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안 좋은 점"이라면서 "최소한 돈은 아껴서 이번 여행으로 발생한 신용카드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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