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개선·과학치안·국제협력 강화 성과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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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초대 치안총수였던 윤희근 경찰청장이 33년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경찰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막지 않은 데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꿋꿋이 임기 2년을 채웠다. 재임 기간 경찰 처우 개선과 미래치안정책 마련 등은 성과로 꼽힌다.
윤 청장은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참수리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2년간 제대로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선후배와 동료들의 응원과 기대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제복을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더라도 평생 간직해 온 조국·정의·명예의 경찰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찰청장 임기제(2년)가 도입된 이후 임기를 모두 채운 경찰 총수는 13명 중 윤 청장 포함 5명에 불과하다.
경찰대 7기인 윤 청장은 2022년 8월 10일 임기를 시작했다. 김창룡 전임 청장이 경찰국 신설과 치안감 인사 번복 등으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었다. 윤 청장은 취임 초기 경찰국 신설을 허용했고, 이에 반대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참석자들을 징계하거나 좌천성 인사를 내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뒷말을 낳았다. 물밑에서 행안부와 조율하며 경찰국장직을 경찰이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나름의 조정자 역할을 했지만 현장 불만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엔 지인들과 지방으로 등산·캠핑을 갔다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리더십에 큰 위기를 맞았다. 지휘책임자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총책임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은 것도 오점으로 남았다.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업무 과중, 시험승진을 줄이고 특진을 확대한 데 따른 공정성 시비, 이상동기 범죄 이후 이뤄진 기동순찰대 신설 등 조직개편에 대한 반발 등도 남은 과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퇴임사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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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변화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치안을 강조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온 점은 경찰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윤 청장은 2022년 본청에 미래치안정책국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현장에 최신 치안기술을 도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 주변국과의 연쇄적인 치안총수 회담과 실무진 교류를 통해 해외 도피사범 송환, 마약과 도박 등 국제범죄 공조 등에도 힘을 쏟았다. 경찰 숙원사업이었던 공안직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이뤄냈고, 복수직급제 도입 등으로 승진 정체 현상에도 숨통이 트였다.
한편, 윤 청장 후임으로 지명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는 12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정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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