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10개월 만, 자국민에 첫 사과
“지금은 전쟁에 집중할 때” 조사는 거부
“하니야 죽어 협상 타결 가능성 높아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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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과 관련해 자국민들에게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하마스 공격을 막지 못한 안보 실패 책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조사 역시 전쟁이 끝난 후 이뤄져야 한다며 거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하마스 기습과 관련해 이스라엘 국민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7일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가자지구로 납치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은 최첨단 국경 방어막이 뚫리고 자국민들이 무차별 살상된 최악의 안보 참사 사건이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제껏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도 공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사과를 표명하지도 않아 왔다.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신베트의 수장은 하마스 공격을 막지 못한 안보 실패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전쟁 발발 10개월 만에 나온 총리의 첫 사과 발언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정치생명과 직결된 안보 실패 책임론은 회피하며 관련 조사도 거부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이전에 일어난 모든 일을 조사할 독립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며,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몇 가지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다룰 시간은 충분하며, 지금 이 일을 다루는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7개 전선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승리라는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전쟁을 장기화시키며 휴전협상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그는 최근 이란에서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된 데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으나, 하니야의 죽음으로 인질 석방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을 내놨다. “합의에 반대하는 일부 극단적 부류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협상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파’로 분류됐던 하니야의 후임으로 선출된 야히야 신와르가 하마스 내 손꼽히는 강경파라는 점에서 향후 휴전협상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인 신와르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공격을 설계한 인물로, 하니야에 이어 휴전협상을 이끌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가능하다면 내일이라도 전쟁을 끝내고 싶다”며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고 추방된다면 즉시 종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소탕’이란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는 휴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후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해선 ‘비무장화·탈급진화’ 원칙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이는 하마스가 파괴돼 스스로 회복할 수 없도록 하고 시나이반도에서 가자지구로 무기와 테러리스트가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을 의미한다”며 “필라델피 회랑(이스라엘·이집트 국경 완충지대)을 계속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자지구 주민이 운영하는 민간 행정부를 보고 싶다”며 “이스라엘이 비무장화를, 가자지구가 민간 통치를 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당분간 철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미국이 제시해 최근까지 논의되고 있는 ‘3단계 휴전안’의 단계적 철군안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국민의 72%가 네타냐후의 사임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선 “내가 이스라엘을 안보와 번영의 미래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 한 총리로 남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총리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내가 국가를 지키고 승리로 가는 길을 보장하는 노력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와르가 하마스의 새 정치지도자로 선출된 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가자지구 전역을 맹폭, 최소 40명이 숨졌다.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선 또다시 민간인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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