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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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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후 열폭주 일어나면 질식소화 덮개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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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오후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치고 옮겨지는 화재 전기차


최근 전기차 화재가 급증하고 있지만 질식소화 덮개나 이동식 소화수조 등 기존 장비들로는 신속히 불을 끄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효율적인 진화장비 개발과 정책적·제도적 보완 등 특단의 대책 없이는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와 같이 대규모 피해를 유발하는 사고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8일) 국립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7년에 처음으로 1건이 발생한 이후 2018년 2건, 2019년 3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소방청이 별도로 집계한 작년 72건까지 고려하면 최근 국내에서 전기차 증가에 따라 관련 화재 건수 또한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소방연구원의 연구 결과, 전기차 배터리팩 일부에서 일어난 '열폭주' 현상이 배터리 전체로 전이되는 시간은 충전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열폭주는 배터리가 과열한 뒤 주변 배터리로 열을 옮기며 급속히 연쇄 폭발하는 현상으로 온도가 1천 도 이상으로 오릅니다.

충전율이 50%일 경우 바깥쪽 배터리에서 일어난 열폭주가 전체로 번지기까지 32분이 걸렸으나 100% 충전된 배터리에서는 7분 50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충전한 전기차에서 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가 훨씬 더 어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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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로 전소된 차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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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사고로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도 배터리 충전율에 따라 열폭주가 옮겨지는 시간이 달랐습니다.

소방연구원은 "충돌로 인한 화재를 실험한 결과 배터리의 모든 모듈에 열폭주가 전이되기까지 7분가량 걸렸다"며 "배터리 충전율이 낮을수록 전이 시간은 늦어졌고 충전율이 20% 이하로 상당히 낮으면 불이 저절로 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험 결과 차량이 줄지어 늘어선 주차장에서 전기차 한 대에 불이 나 열폭주가 발생하면 바로 옆 차량까지 옮겨지는데 1분 15초, 다시 그 옆 차량으로 불이 붙는 데는 추가로 45초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때도 다른 차량 140여 대가 한꺼번에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등 피해가 컸습니다.

소방연구원은 전기차가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보다 화재 전이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 진화 작업입니다.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이 큰데 비해 현재 사용하는 소방 장비로는 신속히 진화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일반 화재 때 흔히 쓰는 분말소화기는 전기차 아랫부분에 설치된 배터리까지 침투하지 않아 냉각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산소를 차단하는 장비인 질식소화 덮개도 전기차에서 난 불과 연기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뿐 화재 자체를 진화하진 못합니다.

소방연구원은 "내연기관 차량은 외부에서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불이 꺼지기 때문에 질식소화 덮개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전기차는 열폭주가 발생하면 차량 내부에서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발생해 질식소화 덮개로는 진화 효과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소방연구원은 전기차 화재 때 가장 효율적인 장비는 결국 이동식 소화수조지만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초기 진화 장비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소방 당국도 불이 난 전기차 하부에 관창을 먼저 설치해 소화수를 쏴 어느 정도 불길을 잡은 뒤 소화수조를 이용해 완전히 진화하는 방식을 현재 적용하고 있습니다.

초기 진화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 때처럼 지하 주차장에서 스프링클러마저 작동하지 않으면 또다시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현재 소방 당국은 전기차 화재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장비·기술개발(R&D) 사업에 예산 39억 원을 책정하고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는 언론 통화에서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를 신속히 초기 진화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관창을 설치한 뒤 배터리에 물을 쏘고 온도를 낮춰 열폭주를 멈추게 하는 것 말고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기차 화재는 초기 진화를 해도 폭발이 연이어 계속 일어난다"며 "불이 난 전기차 하부에서 배터리를 파괴한 뒤 소화수로 끄는 방법도 현재 검증하는 등 여러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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