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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다 죽어 나갔어요"…텅 빈 양식장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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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사로 텅 빈 강도다리 수조를 바라보는 작업자


"물고기가 대부분 죽어버렸는데 올해는 끝났다고 봐야죠."

전국 연안 곳곳에 고수온 경보가 내려진 7일 전남 고흥군 한 육상 양식장에서 작업자 최 모(56) 씨는 텅 빈 수조를 바라보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습니다.

이 양식장에서는 내년 봄 출하 예정인 강도다리 30만 마리 가운데 약 20만 마리가 불과 이틀 사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강도다리와 함께 기르는 넙치도 5만 마리가 함께 폐사했습니다.

양식장 한편에 자리한 냉동창고는 포대에 담긴 물고기 폐사체로 가득했습니다.

그 양이 너무 많아서인지 냉동창고도 비릿한 냄새를 전부 가두지 못했습니다.

물고기 폐사체를 정리하느라 힘든 날을 보낸 최 씨는 텅 빈 수조 안을 들여다보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강도다리 무리가 헤엄치던 수조는 바닥을 드러냈고, 최 씨가 상태를 살펴보려고 안으로 들어서자 몇 마리 남지 않은 물고기는 장화 발을 피해 힘없이 흩어졌습니다.

부지런히 심해수를 끌어와 물을 순환시킨 덕분에 수조 물 온도는 19도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저수온 어종인 강도다리에게는 20도만 돼도 펄펄 끓는 열탕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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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수온이 27.2도에 달하는 전남 고흥군 두원면의 한 양식장 넙치 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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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넙치 수조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24도 정도가 적정온도인데 불과 10분 사이 물 온도가 0.3도 오르면서 수은주가 27.2도까지 올랐습니다.

넙치 수조는 며칠 전 30도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정오가 지나고 기온이 더 높아지자 양식장을 지키는 최 씨의 마음도 조마조마해졌습니다.

최 씨는 "강도다리가 원래 더위에 취약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 피해가 난 적은 없었다"며 "남은 고기라도 지키고 싶은데 올해 득량만 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폐사는 계속 나올 것 같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전날 폐사 신고를 접수한 고흥군 관계자는 "득량만 일대가 연일 28도 이상을 기록하면서 고수온 경보가 내려져 있다"며 "뜨거워진 해수를 끌어다 쓰면서 폐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같은 바닷물을 끌어오는 인근 다른 양식장 등에서는 집단 폐사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남해수산연구소 등 전문기관에 정확한 폐사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준 전남 신안군 자은도 남단, 함평만, 도암만, 득량만, 여자만에 고수온경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해역과 남해 연안(전남 진도군 울둘목∼죽림리∼해남군 땅끝, 고흥군 거금도∼여수시 낭도), 가막만에는 고수온 주의보가 발효 중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지속되고 있는 폭염의 영향으로 인해 서해와 남해 내만과 연안을 중심으로 수온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전남지역 고수온 어패류 피해액은 2021년 176억 원, 2022년 10억 원, 2023년 218억 원에 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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