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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AI 교과서 써본 교사들 “뭐가 새 기능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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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과서 첫 공개

조선일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교실혁명 컨퍼런스’ 행사에서 공개된 ‘AI 디지털교과서’ 시제품.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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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와 소수 단원을 배우기 전에 각자 디지털 기기를 꺼내서 1번 문제부터 풀어볼까요?”

7일 오후 교육부 주최로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교실 혁명 컨퍼런스’ 행사. 디지털 교과서 시연에 나선 장덕진 평택새빛초 교사가 초등학교 4학년 수학 문제를 클릭하자 노트북 화면 오른편에 문제를 푼 학생 5명의 이름과 각자의 정답률, 소요 시간이 떴다. 문제를 틀린 ‘최OO’ 학생의 이름을 누르니 이 학생이 태블릿 PC로 문제를 푼 필기 흔적이 보였다. 장 교사가 ‘AI 추천 학습 보내기’ 기능을 사용하자 그 학생 수준에 맞는 수학 문제들이 최 학생 개인 화면으로 전송됐다.

이날 행사에선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 도입되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처음 공개됐다. 디지털 교과서는 초등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초·중·고교에 차례로 도입될 예정이다. 수학·영어·정보 과목에 우선 적용된다. 학생들은 각 교육청이 지급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통해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에선 일부 지역에서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 적 있지만 국가 전체가 쓰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다. 교육부는 교사 재량에 맞게 디지털 교과서와 종이책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교과서의 핵심은 학생 개인별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하는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에 탑재된 AI가 학생의 수업 참여율과 정답률 등을 실시간 분석해 학습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진도를 잘 못 따라가는 학생은 기본 개념부터 다시 다질 수 있게, 우월한 아이는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받아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교사가 디지털 교과서에 동영상·만화 등 학습 자료 링크를 삽입하거나 학급 수준에 맞게 교육 자료를 재구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시제품엔 학생 수준 진단과 진도 측정 등 기본 기능만 탑재돼 있어 ‘무엇이 새 기능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행사에 참여한 7년 차 교사 A씨는 “맞춤형 수학 문제를 제공해 주는 교육 프로그램은 지금도 학교에서 쓰고 있다”며 “교사 대상 연수 기간도 짧아 디지털 교과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7년 차 초등교사 임모씨는 “영어 과목은 말하기가 가장 중요한데, 학생들 발음을 평가하고 교정해 주는 기능이 없어 유용한 점을 잘 못 느끼겠다”고 했다. 학생들이 실제 사용하는 디지털 교과서는 검정 과정을 거쳐 오는 11월 말 공개될 예정이다.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을 앞두고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26~30일 전국 학부모 1000명과 초·중·고교 교원 1만96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찬성하는 학부모는 30.7%, 교사는 12.1%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 학부모들은 ‘디지털 기기 의존 우려’(39.2%)를 가장 많이 꼽았다. 교사는 ‘학습 효과성 의문’(35.5%)이 가장 많았다.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기기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면 문해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디지털 교과서의 장점에 주목하는 의견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디지털 교과서를 개인별 학습을 돕는 ‘보조 도구’로 사용한다면 디지털 기기로 인한 문제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교사들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수를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디지털 교과서 완성본에는 출판사별로 학생들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라 수업 참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대구=윤상진 기자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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