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6년9개월來 최대 흑자…반도체 수출 호조 지속(종합)

반도체 등 IT 수출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 지속

엔화 강세로 여행수지 적자폭 축소 가능성 有

7월 경상수지 흑자폭은 수입 증가로 축소될 전망

6월 경상수지가 6년9개월 만에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의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수입 감소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당초 전망치를 100억달러가량 웃돌면서 연간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5월부터 2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데 이어 흑자 규모도 전월(89억2000만달러)보다 크게 확대됐다. 2017년 9월(123억4000만달러) 이후 최대 흑자폭이기도 하다.

상반기 경상수지는 누적 377억3000만달러 흑자로 당초 전망치를 100억달러가량 상회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79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 IT 품목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면서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가 큰 폭 흑자를 보인 원인에 대해 "인공지능(AI) 관련 전방산업 수요 확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세가 지속된 가운데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 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상품수입 감소폭이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가 6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는데, 상반기에 이미 연간 전망치의 60%가량을 달성한 상황이다.

송 부장은 “7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가 지난 6월에 비해 다소 축소됐기 때문에 7월 경상수지 흑자폭은 다소 축소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점, 투자 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엔 당분간 흑자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미국 경기 상황, 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미 대선 및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상품수지 3년9개월來 최대 흑자…반도체 수출 50.4% ↑
지난 6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수출-수입)가 114억7000만달러 흑자로 2020년 9월(120억2000만달러) 이후 최대폭 흑자를 보였다. 상반기 기준 상품수지 누적 442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를 이끈 건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등 IT 품목의 수출이다. 지난 6월 수출은 588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했다. 통관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반도체는 50.4%, 정보통신기기가 26.0%로 크게 늘고 석유제품(8.5%), 승용차(0.5%)도 증가했다. 반면 철강제품(-18.0%) 수출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기계류·정밀기기(-1.4%), 화공품(-7.5%) 수출도 부진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동남아시아(27.9%), 미국(14.8%), 중국(1.8%) 지역으로의 수출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일본(-6.8%)과 유럽연합(EU·-18.3%)은 감소세를 지속했다.

수입은 473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7% 줄었다. 내수 회복 지연과 함께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투자 이연, 항공기 수입 지연 등 일부 업종에서 수입이 줄면서다. 통관 기준으로 석탄 등 원자재는 전년 동월 대비 6.6% 감소했고 반도체제조장비, 반도체 등 자본재는 4.6% 감소했다. 승용차, 곡물 등 소비재는 15.6% 줄었다.

하반기 수입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송 부장은 "7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를 보면 7월 상품수입이 증가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간 자본재, 소비재 수입은 계절적 특수성이 있었지만 국내 제조업체가 설비투자를 재개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수입 감소세는 하반기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월 서비스수지는 여행, 기타사업서비스를 중심으로 1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전월(-12억9000만달러)보다 더 커졌다.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 적자는 9억달러에 이르렀다. 여행수입이 여행지급보다 더 크게 줄면서 전월(-8억6000만달러)보다 적자 규모가 소폭 확대됐다.

최근 엔화값 반등으로 향후 여행수지 적자폭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송 부장은 “지금까지의 여행수지 적자 흐름엔 엔저의 영향이 있었는데, 최근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로 엔화가 강세 흐름으로 전환됐다"며 "엔저로 활성화됐던 일본 여행 수요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는 26억9000만달러 흑자로 전월(17억6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확대됐다.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전월 분기 배당 지급 영향이 사라지면서 23억4000만달러로 지난 4월(11억3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확대됐다. 이자소득수지는 4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자본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122억4000만달러로 2020년 10월(187억5000만달러) 이후 최대로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48억9000만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3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66억3000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채권을 중심으로 23억9000만달러 줄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