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체포로 수용소 환경 최악"
이 "국제법 준수…수감자 조건 개선돼" 반박
지난달 2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 따라 피란을 떠나고 있다. 칸유니스=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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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인을 임의로 구금해 교도소 내에서 학대·고문을 조직적으로 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이 개전 후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을 자의적으로 구금·고문했다"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발표와도 일치하는 내용인데,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과 대립하는 이스라엘 내 인권단체의 폭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브첼렘(B'Tselem)은 이날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제하의 보고서에서 "작년 10월 개전 후 이스라엘 내 16개 수용소에 구금됐던 팔레스타인인 55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서 체계적·제도적인 학대와 고문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잔혹 행위로는 △물리적 폭력 △성폭행 △비위생적 환경 △개인 소유물 몰수 △고의적 수면 박탈 △적절한 치료 거부 등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수용 시설 시스템 전체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고문 캠프'로 변했다"고 일갈했다.
"이스라엘 내 팔 구금자 수, 개전 후 두 배 증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3일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위한 거리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라말라=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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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스라엘의 비인권적 행위로는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무작위 체포·구금이 꼽혔다. 보고서는 "팔레스타인인에 동정을 표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스라엘군과의) 전투에 참여할 연령의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임의적인 체포·구금에 재소자 수는 크게 늘었다.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 갇힌 팔레스타인인은 전쟁 발발 직전 5,192명이었으나, 지난달 초에는 9,623명으로 급증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 중 4,781명은 형식적 절차도 없이 구금됐다. 팔레스타인 남성의 약 40%가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공간 과밀화로 수용소 환경은 더욱 악화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방 한 곳의 수용 정원은 최대 6명이지만, 현재 최소 12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일부는 매트리스나 담요도 없이 바닥에서 자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수용소인 셈이다.
벤그비르 "임기 중 다 바꿔 놓아 자랑스럽다"
이타마르 벤그비르(가운데)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4일 이스라엘 서안지구 홀론에서 팔레스타인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호론=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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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첼렘은 조직적 학대의 배후로 지난해 초 취임한 극우 성향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을 지목했다. 보고서는 "수개월 동안 시설 전반에서 체계적이고 공개적인 고문이 행해졌다"며 "이는 상부의 격려와 지원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스라엘 교정당국(IPS)을 총괄하는 벤그비르 장관이 직접 '수감자 몫의 식량을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직격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박했다. IPS는 성명을 내고 "교도소는 이스라엘법과 국제법에 따라 운영되고 국가회계감사원의 감독을 받는다"며 "(브첼렘이 주장한) 사건들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도 "체계적 학대에 대한 (브첼렘의) 주장을 거부한다"며 "전쟁 기간 동안 수감자들의 조건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은 내부감찰실 조사 결과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직원 중 9명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본토 기습 공격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전날 밝혔다. 이들 중 7명은 이미 UNRWA에서 해고된 상태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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