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는 처음 세계은행(WB) 부총재직에 오른 김상부 신임 디지털 전환 부총재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의 혜택을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에서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부총재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간담회를 열고 "세계은행 부총재를 맡으면서 조금 더 많은 세계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을 굉장히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재는 지난달 30일 세계은행 디지털 전환 부총재로 선임돼 다음달 3일부터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세계은행은 총재 이하에 사무총장 4명, 부총재 27명이 있는 구조다. 특히 세계은행 본부에는 5개 중요 이니셔티브를 관장하는 분야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에 신설된 디지털 전환 부문이다.
올해 신설된 디지털 전환 부총재직은 개발도상국의 디지털·데이터 인프라스트럭처, 사이버 보안, 디지털 정부 등의 디지털 기반을 통해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을 이끌게 된다. 특히 각국 정부 및 민간 기업과 협력하며 해당 국가의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거나 기술 활용도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 부총재는 1997년 당시 정보통신부에서 사무관으로 시작해 LG유플러스, 구글 등 공직과 국내외 기업을 두루 거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경쟁을 통해 부총재로 선임됐다. 김 부총재는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약 27억명이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며 "AI가 이렇게 앞서가는 상황 속에서 인터넷 접속조차 되지 않는 저소득 국가가 어떻게 AI 혜택을 누리도록 할 것인지 여러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풀스펙의 AI 솔루션을 다 채택할 수는 없지만, 저소득 국가가 소외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과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소득 국가가 AI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기본에서 시작해 AI 솔루션을 가볍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센터와 디바이스 등이 같이 개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 등을 예시로 들며 "AI가 그동안 극복하지 못했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특히 홍수 피해를 많이 보는 지역에서는 이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AI 솔루션을 적용하면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재는 한국인으로서 세계은행 최고위직에 오른 첫 사례다. 김 부총재는 "이렇게 빠르게 경제 개발을 이룬 나라는 한국이 최초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개발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뤘던 국가의 모범적 사례"라며 "전자정부나 데이터센터 구축 노하우, AI를 개발하는 데 있어 한국 기업들의 노하우가 굉장히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임 소감을 밝히며 개인사도 공유했다. 김 부총재는 "부친께서는 조부와 함께 1·4 후퇴 때 신의주에서 남하하셨다"며 "국가가 겪어왔던 빈곤에서부터 좀 더 부유해지고 풍요로워지는 길로 나아가는 데 있어 저희 가족도 함께했다는 점에서 이 자리에 섰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인류와 혜택을 나누고 저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재는 다음달 3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데 수백 명 규모 조직을 이끌며 전 세계의 디지털 전환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본 임기는 4년이며 향후 추가 연장될 수도 있다.
김상부 세계은행 부총재
△1972년 서울 출생 △1992년 경기고 졸업 △1996년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1997~2011년 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2011~2013년 대통령실 뉴미디어 비서관실 행정관 △2013~2014년 LG경제연구원 통신산업 수석연구위원 △2015~2019년 LG유플러스 전략기획 상무 △2019~2022년 구글 플랫폼 및 에코시스템 파트너십 총괄 △2022~2024년 구글 컨슈머 공공정책 아시아·태평양 총괄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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