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따라 매달 1000억 결제액 관리
검찰, 회사 내부 자료 확보해 수사 중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에 대한 현안질의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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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해 위메프를 인수한 뒤 위메프의 상품권 사업과 디지털·가전 사업 부문을 티몬에 넘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 대표의 지시에 따라 티몬은 매달 많게는 1000억원에 달하는 위메프 상품권 결제액을 관리했다. 구 대표가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한 몸집 불리기에 쓸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의 자금 확보가 용이한 사업 분야의 통합을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검찰은 이 같은 구 대표 지시가 적힌 회사 내부 자료를 확보해 수사 중이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은 앞서 진행한 티몬·위메프 본사 압수수색 결과 구 대표가 지난해 4월 위메프를 인수한 직후 위메프 측에 상품권 판매 업무 등을 티몬으로 이관하라고 지시한 기록을 확보했다. 구 대표는 당시 ‘티몬이 상품권 판매 협상을 잘해왔고, 티몬과 위메프를 묶어서 상품권 업체와 협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과 위메프의 상품권 판매를 통한 큐텐그룹 전체의 ‘현금 유통’ 업무는 박성호 당시 티몬 제휴전략본부장이 담당했다. 박 전 본부장은 티몬이 큐텐에 인수되기 전부터 티몬에서 상품권 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박 전 본부장이 관리한 상품권 매출액은 티몬이 월 2000억원 안팎, 위메프가 월 500억~1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권 판매 업무 통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큐텐이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업체들에 지급할 대금을 ‘돌려막기’로 채우기가 힘들어지자 상품권 할인율을 높여 상품권 매출을 확대함으로써 쉽게 자금을 확보하려 한 의혹이 있어서다. 이런 행태는 소비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 전 본부장은 상품권 할인율 설정과 대금 정산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본부장은 미정산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중순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에 태극기와 검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김창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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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표는 지난해 9월엔 위메프의 디지털·가전 판매 사업 부문도 티몬으로 넘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 대표는 당시 ‘티몬이 가전 거래를 많이 하기 때문에 통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취지로 이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가 현금 확보가 용이하거나 건당 매출 규모가 큰 사업 분야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거액을 확보해 해외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위시’ 등 인수자금을 마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도 이러한 내용을 확인하고 구 대표가 사업 통합을 지시한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에는 박 전 본부장 등과의 통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통화 내용 분석 등을 통해 경영진이 판매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을 언제부터 알았는지, 이를 알고 돌려막기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확인 중이다. 앞서 구 대표는 자신은 자금 운영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하고 “재무본부장이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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