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뉴욕증시 3%대 약세에도
亞증시 낙폭 과대 진단 속 안도랠리
美경기 침체 우려 관련 낙관·비관론 상존
미국발(發) 경기 침체 공포로 미국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441.55) 보다 91.79 포인트(-3.76%) 오른 2,533.34에 장을 시작했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 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을 비롯해 ‘검은 월요일’을 맞았던 아시아 증시가 6일 일제히 반등하며 안도랠리를 펼쳤다. 전일 미국 인공지능(AI) 관련주 회의론에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악의 장’을 기록했지만 하루 새 반전됐다. 낙폭이 과도했다는 전문가 진단처럼 간밤 뉴욕증시가 3% 이상 하락했음에도 강세를 보였다. 공포의 근본 원인인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두고 증시 전문가들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낙관론과 "하락국면의 시작"이라는 비관론을 함께 내놨다. 당분간 증시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 91포인트 오르며 상승 출발
코스피는 6일 전장 대비 91.79포인트(3.76%) 오른 2533.34로 출발해 오전 중 상승폭을 3%대까지 확대했다. 코스닥도 17.76포인트(2.57%) 오른 709.04로 상승 출발했다. 코스피·코스닥 급등에 장 초반 동반 매수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프로그램 매수가 일시 효력정지를 통해 변동폭을 줄이는 제도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함께 오름세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는 10% 넘게 올랐다.
간밤 뉴욕증시가 아시아 증시 폭락의 여파로 얼어붙었지만 전일 낙폭이 과도했다는 진단과 함께 국내 증시도 반등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전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3대 지수는 3% 안팎으로 하락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전일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과도했다는 반응이다. 전날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투매에 종가 기준 230포인트 이상 빠지며 역대 최대 낙폭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는 4년 만에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동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CB)를 발동시켰다. 지수는 장중 최저 2386.96까지 밀리면서 2400선도 내줬다. 시가총액도 192조원가량 증발하면서 2000조원 벽도 무너졌다. 코스닥도 전장보다 11.30% 내린 691.28로 마감했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크게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하루새 12.4% 하락해 코스피(-8.77%)보다 낙폭이 컸다. 전임 아베 신조 총리 때부터 기시다 후미오 총리 때까지 이어진 '재흥전략'으로 일본 증시는 고점 랠리를 지속해왔다. 대만 가권지수도 8.35% 하락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계속 말했듯 전일 급락은 과도했다"며 "일본 증시가 원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아시아 증시에 충격을 준 것으로 일본을 제외할 경우 아시아 증시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美 경기 침체 가능성' 두고선 의견 분분
이날 코스피가 일시적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폭락 단초인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두고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지난주 발표된 7월 미국 제조업 경기 위축에, 지난달 미 실업률까지 4.3%로 오르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 트리거가 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인한 글로벌 자금 이탈, AI 거품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투매를 촉발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위험까지 고조되면서 투심이 악화했다.
시장에선 경기 침체 우려의 증거가 약하다는 의견이 눈에 띈다. 박희찬 센터장은 "리세션 얘기기 나오지만 과도한 반응으로 리세션 증거가 약하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앞당겨지면서 예상보다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대 실업률과 2%대 물가 상승률은 디스인플레이션의 조건이지 경기 침체 조건이 아니다"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고용은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코스피 지수가 장초반 급등하면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6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딜링룸에서 한국증시와 일본증시 현황이 방송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급락은 이번 주가 정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코스피 2500포인트 중반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를 하회하는 구간으로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하락 또한 제한적인 구간"이라고 짚었다. PBR 1배 미만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했을 때보다도 주가가 낮게 거래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하락장의 초기 국면이란 비관론도 상존한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은 "최근 나타난 미국 시장의 하락은 이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경기 부진이 시작되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인하 사이클로 접어들더라도 한동안 경기 악화가 진행되고 주가도 내림세를 걷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장단기 금리차 및 실업률 등 지표를 두고 경기 침체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단기 급락은 일정 수준 회복되겠지만 미국 대선 전까지 박스권 혹은 하락 추세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표면적인 경제 둔화 우려보다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주목하라는 당부도 나왔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패닉 장세의 더 큰 원인은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며 "현재로서는 주로 주식에 투자된 자금이 풀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지수가 지지선을 확인한 이후에야 금융시장의 패닉 심리가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분간 실적주 중심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공통적인 분석은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다. 박희찬 센터장은 "반도체 중심으로 해서 방산, 에너지 전력 테마와 금리 인하 따른 헬스케어에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었는데 여전히 이들 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게 유효하다"며 "반도체는 실적이 원래 좋기 때문에 다시 상승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며 아직 꺾이는 건 아닌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 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지나친 불안 심리 확산에 유의하며 차분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F4회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여하는 금융수장들의 최고위급 회의다. 대통령실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일(5일)부로 여름휴가에 돌입했지만 국내 증시 폭락 상황을 휴가지에서 보고받고 대응방향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휴가를 반납하고 대통령실 청사로 복귀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