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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휴게실은 꿈도 못 꿔"…땅바닥서 선풍기로 버티는 건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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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오후 3시쯤 작업자 3명이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는 모습


체감온도가 35도 넘게 치솟은 지난 5일 오후 3시 부산의 한 관급공사 건설 현장에서 땀에 흠뻑 젖은 노동자 3명이 작은 그늘 아래 선풍기 옆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선풍기가 돌아가도 후텁지근한 바람만 나오는지 연신 얼음물을 들이켰고 주변에는 빈 생수병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작업이 계속됐습니다.

한 작업자는 큰 파라솔 아래서 뜨거운 햇빛은 간신히 피했지만, 오후 3시의 뜨거운 복사열은 피하지 못하는지 물만 들이켜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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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에 설치된 파란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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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한쪽에는 휴게실로 사용되는 파란색 천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텅 비어 있었습니다.

한 작업자는 "천막으로 해는 피해도 바닥 열기 때문에 실제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작업자는 "체온을 낮출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소형 건설 현장에서 폭염 대책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 대비 노동자 건강 보호 대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으면 각 사업장은 물·그늘·휴식을 제공해야 하고, 33도(주의 단계)가 넘으면 매시간 10분씩 휴식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35도(경고단계)가 넘을 경우 매시간 15분씩 휴식에 무더위 시간대(14∼17시)에 작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권고 수준이라 강제성이 떨어져 실제 무더위 시간대 작업 중지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현실 탓에 지난달 30일 부산 연제구 한 메디컬 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열사병 증상으로 60대 노동자가 숨진 시간은 오후 2시 50분이었습니다.

무더위 시간 작업 중지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쉴 곳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대부분 그늘 쪽잠을 자거나 제대로 쉬지 못할 바에 빨리 작업을 끝내고 집에 가서 쉬겠다는 노동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강기영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국장(노동안전 담당)은 "오후 작업 중지 권고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많고 지키더라도 노동자들이 쉴 곳이 없다"며 "휴게실이 마련돼 있는 곳은 거의 없는데 그늘막과 냉수, 선풍기면 된다는 건설사들의 인식 전환 없이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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