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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 권도형 한국행… 28만 피해자 구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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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3월 몬테네그로 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모습. 사진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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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약 28만명에 이르는 국내 피해자들이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인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씨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만한 법적 근거를 적용하기 힘든 데다, 그가 은닉한 재산의 규모도 파악되지 않아 실제 피해자들이 제대로 구제를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부는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으로부터 범죄인 인도 결정을 통보받는 즉시 권씨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한 절차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각)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하고,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라고 판결했다.

권씨는 지난 2022년 5월 자신이 발행한 가상자산 루나가 폭락해 전 세계적으로 50조원이 넘는 투자 피해가 발생하자, 해외에서 도피를 이어갔다. 그는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11월 현지 경찰에 붙잡혀 지금껏 구금 생활을 해 왔다.

법조계와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면 미국과 같은 수준의 무거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작지만, 국내 피해자들에게는 손해 배상을 받을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그가 미국으로 보내질 경우 미국 내 피해자들의 손해 배상을 위한 민사 재판을 받아야 하고, 국내 피해자들은 배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루나 폭락 사태 후 국내에서 피해를 본 투자자가 28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코인은 700억개로 추정됐다. 개인당 피해액은 많게는 수십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권씨가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도 국내 피해자들이 온전히 손실에 대한 배상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권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 쉽지 않고,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권씨의 민·형사 재판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루나의 증권성 여부다. 만약 법원이 루나를 증권으로 규정할 경우 그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되고, 피해자들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소송이 아닌 증권집단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증권집단소송은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한 사람이 승소하면 나머지 피해자들도 똑같은 기준으로 배상을 받게 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2년 루나 폭락 사태 직후 일찌감치 이 코인을 증권으로 규정했고, 법원 역시 이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권씨에 대해 증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국내 법원이 루나를 증권으로 규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SEC와 달리 국내 금융 당국은 지금껏 루나에 대해 증권성 판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권씨의 공범으로 꼽히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루나를 금융투자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하기도 했다.

법원이 끝내 루나를 증권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권씨로부터 손해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그에게 사기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씨의 사기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하려면 기망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루나 사태의 경우 기망의 고의성이나 인과 관계, 변제 의사 여부 등을 파악하기가 매우 복잡하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권씨는 국내 송환 후 전관(前官) 출신 등으로 구성된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할 가능성이 커, 피해자들이 민사 재판에서 승소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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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코인 폭락 사태와 관련해 금융투자상품 투자사기 혐의 등을 받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지난해 3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루나 사태 관련자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루나를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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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재판에서 이겨도 피해자들이 잃은 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권씨가 전액 배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갖고 있는 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월 권씨는 미국 SEC와 부당 이익에 대한 환수금과 벌금으로 총 44억7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를 내기로 합의했다. 합의금은 직원 임금과 대출 등 선순위 채권자들에 대한 상환을 거친 후 미국 내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에 쓰일 예정이다. 만약 권씨가 SEC와의 합의금 납부에 은닉한 재산을 모두 쓸 경우 국내 피해자들은 구제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SEC와 같이 국내에서도 금융 당국이 루나 피해자 구제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현철 법무법인 이제 미국변호사는 “미국은 최초 루나의 증권성 판단부터 소송, 환수금 합의 등 모든 과정을 SEC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금융위원회가 루나 부당이익 환수를 위한 특별조직 등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구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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