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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최근 인천의 대단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여파로 전기차를 기피하는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입니다.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는 이번 화재로 국내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심화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화재 차량에 품질 논란을 겪던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것이 확인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에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기차 화재는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적극적인 예방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붙은 벤츠 EQE의 배터리 셀은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화재의 구체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품질 문제가 불거졌던 중국 제조사의 배터리 셀이 차량에 탑재된 것이 확인되면서 이번 화재가 배터리 내부 단락(쇼트)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자동차 배터리의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안전장치로, 이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재와 음극재가 접촉하는 쇼트가 발생하며 내부 온도가 치솟습니다.
결국 이는 화재·폭발로 이어집니다.
분리막 손상의 원인으로는 완충에 따른 화학에너지 평형 손상, 리튬 일부가 음극 표면에 쌓여 만들어지는 결정체(덴드라이트), 제조 불량 등이 지목됩니다.
이번 사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미국과 중국 등에서 화재 위험으로 리콜사태를 겪은 파라시스 제품으로 알려지면서 품질 불량이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만큼 설계나 제조 결함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한다"며 "중국산 배터리의 품질 문제를 원인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사고가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 속 국내 자동차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8만6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4%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불량에 따른 화재는 전기차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캐즘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우려입니다.
다만 중국산 배터리는 수입차 일부에만 탑재되는 만큼 국내산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기아 등의 전기차는 의외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으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배터리업계도 이번 화재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업계는 자동차업계와 마찬가지로 이번 화재에 따른 전기차 포비아가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K-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옵니다.
이번 화재 차량에 탑재된 NCM(니켈·코발트·망간) 811 배터리는 니켈 비중이 80%로 높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안전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화재 등 안전성을 관리하는 것이 기술력의 주된 요소입니다.
이 분야에서 한국 배터리업계는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번 화재로 벤츠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은 만큼 배터리 공급사 우선순위에서 제외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산 배터리 공급을 늘려 나갈지도 관심입니다.
벤츠는 그동안 중국산 CATL의 각형 배터리를 써왔습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SK온,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NCM 배터리를 주력 배터리로 삼아왔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온은 벤처 EQA와 EQB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전체 배터리 판매량의 10%를,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판매량의 5% 미만을 벤츠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EQE 출시 당시부터 벤츠 전기차에 중국산 배터리셀이 탑재된다는 사실에 불만 여론이 많았는데 이번 화재로 불안이 현실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배터리 화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먼저 단기적인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최근과 같은 폭염 속에서는 과충전이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전기차 사용자들의 주의와 정부의 사용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 시 100%보다는 80% 정도만 충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를 관리하는 매뉴얼을 배포하는 것도 방안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국토부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먼저 국토부는 내년 2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 인증제'를 도입합니다.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으로, 정부가 배터리의 안전성을 사전 인증한다는 의미입니다.
내년 2월부터는 또 자동차 배터리 식별번호를 차량 등록 시 별도로 등록하도록 하고, 운행부터 폐차까지 이력을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국토부는 작년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공동주택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을 발간해 배포했고, 올해부터는 신차를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서 배터리 안전을 평가 항목에 추가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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