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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사람 잡는 더위' 전국 온열질환 속출…산과 바다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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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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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온에 폐사한 우럭


5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체감온도가 33∼38도까지 오르는 등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양식장은 물론 높은 기온에 가축을 키우는 농장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찜통더위에 어르신들은 물론 젊은이들까지 열탈진 등 온열질환을 보이며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이 입을 뻐끔뻐끔 내밀고 헐떡이고 있잖아요. 바닷물이 너무 뜨거워져서 숨을 못 쉬는 겁니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 죽도에서 40년째 양식을 하는 어민 이 모(67)씨는 5일 "최근 몇 년 전과 비교해봐도 올해 수온 상태가 유독 심각하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씨는 특히 고수온 현상에 취약한 조피볼락(우럭) 10만 마리를 양식하고 있는데, 요즘은 밤낮없이 물고기 상태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부패해서 물 위로 떠 오르는 개체수가 늘어나더니, 어느덧 죽은 고기들을 건져 올리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육지에 둘러싸인 충남 천수만은 특히 고수온 현상이 심한데, 섬에 위치한 이 씨의 양식장은 액화 산소 공급장치마저 가동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씨는 "양식장 밑을 확인해보지 못해 정확히 몇 마리가 죽었는지는 가늠이 안 된다"며 "아직 8월 초인데 벌써 수온이 이렇게 올라가면 큰일 난다. 올해 모조리 폐사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높아 고랭지 농사가 이뤄지는 강원 태백시 매봉산도 폭염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고랭지 농사 20년 경력의 이 모(58)씨는 "긴 장마에 이어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배추가 무르거나 썩는 등 상품성이 떨어져 큰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장마철에는 비가 너무 자주 내려 습도가 높았던 데다 장마 이후 땡볕이 줄기차게 쏟아지면서 '생리장해'가 발생했다는 게 이 씨의 설명입니다.

이 씨는 "6월에 심은 배추를 이맘때면 본격적으로 출하해야 하는데, 아직 출하 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했다"며 "이상기후로 인해 여름철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고, 그 빈도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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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는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현재까지 집계된 가축 피해는 전국적으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의 경우 충북 6만4천528마리, 전북 4만8천56마리, 전남 6만여 마리, 경기 2만2천989마리, 경북 1만5천300마리, 경남 1만6천314마리 등입니다.

전국의 지자체는 폭염에 따른 가축 재해에 대비해 축산 농가에 폭염 상황을 전파하고 폭염 기간 중 기관 간 비상 연락망을 상시 유지하는 등 피해 예방에 주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로 온열질환자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5명이 목숨을 잃는 등 올해 들어 폭염에 따른 사망자는 모두 13명으로 늘었습니다.

전남에서는 이날 오후 2시 46분 목포시 산정동의 한 골목에서 50대 남성이 더위에 지쳐 쓰러진 채 발견되는 등 5건의 온열질환 의심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인천에서는 온열질환자 20명이 대부분 실외 작업장이나 강가에서 열탈진이나 열실신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더위로 인한 열탈진 증세는 젊은 층에서도 나타났습니다.

경기에서는 이날 30대 남성과 20대 남성이 각각 어지러움 등 열탈진 증세를 보여 119가 출동했습니다.

이날 오후 2시 19분에는 대구 한 대로변에서 30대 남성이 탈진해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무더위 속 정전되거나 단수되는 건수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폭염 영향으로 숙박시설, 축사 등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지역 최대전력수요는 지난달 24일 1천113.8㎿로 종전 기록인 1천104㎿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닷새 연속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경기 포천시 소흘읍에서는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부터 아파트 9개 동 총 670가구 중 4개 동 300여 가구에 공급되는 전력이 끊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경북 청도군 풍각면과 각남면 등 일부 고지대는 지난 4일부터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폭염에 청도군 전체 물 사용량이 생산량을 넘어서며 일부 지역이 단수됐습니다.

단수된 지역은 집마다 급수차가 동원됐으며, 집 마당에는 급수 지원을 받기 위한 가지각색 양동이들이 늘어섰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오부터 오후 5시에는 야외활동 자제하고 영유아나 노약자 등은 외출을 삼가고 수시로 건강 상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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