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에게서 퇴진 요구를 받아온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총리(76·사진)가 5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고 해외로 도피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날 방글라데시 최대 일간지 프로톰 알로는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활당제' 정책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선 대학생 등 시민들을 군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한 하시나 총리가 이날 군 헬기를 이용해 해외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인접국 인도의 CNN뉴스18도 "하시나 총리가 수도 다카의 관저를 빠져나와 안전한 장소로 대피했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하시나 총리의 측근을 인용해 "하시나 총리가 대국민 연설을 녹음하고자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다. 정부가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공직의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공정한 채용을 요구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위가 시작됐다.
이에 하시나 총리는 타협이 아닌 강경 일변도 대응에 나섰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경찰에 더해 군까지 동원했다. 군경은 시민들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 방글라데시 경찰에 따르면 5일까지 사망한 시민은 300명 이상이다. 사상자는 수천 명으로 추산된다.
과도한 진압에 시위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거리에 나섰다. 시위대의 요구는 정책 폐기가 아닌 하시나 총리의 퇴진으로 확장됐다.
하시나 총리는 이번이 5번째 총리직이었다. 그는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셰이크 무지부르 라만의 장녀로, 반독재 투쟁을 전개해 존경을 받았다.
투옥 등을 거쳐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집권했고, 2001년 7월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이후 경제 실정과 부정부패 등으로 실각했으나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해 2009년 1월부터 총리를 맡았다.
AFP통신은 와커 우즈 자만 육군 참모총장이 이날 현지 국영TV를 통한 연설에서 군부가 과도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군은 2007년에도 대규모 불안 사태가 퍼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2년 동안 군이 지원하는 과도 정부를 세웠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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