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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英 번지는 반이민·반무슬림 폭동 배경엔 몸집 커진 극우[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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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비관주의 강해지고 현대 영국 '쇠퇴'로 인식"

지난해 반이민 활동·시위 증가…올해 7월 총선도 극우 정당 3위

뉴스1

4일(현지시간) 영국 로더럼에서 일어난 이민 반대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푯말을 집어들고 경찰을 향하고 있다. 2024.08.04.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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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잉글랜드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이후 이민자와 무슬림(이슬람교도)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폭동과 시위가 전국 단위로 번지면서 긴장감이 계속 감돌고 있다.

영국 안에서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한 시위의 확산은 갑작스럽거나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급진적 우파는 최근 수년간 몸집을 키워왔고 특히 지난해부터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국가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과 국민들의 빈곤 수준 증가는 극우 활동을 한층 활발하게 만들었다.

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극우단체의 행적을 추적하는 자선단체 '증오가 아닌 희망(Hope and Hate)'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영국에서는 다문화주의, 이슬람 커뮤니티, 이민자에 반대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는 지난달 29일에 발생한 17세 소년의 무차별 흉기 공격으로 여자 어린이 3명이 숨진 사건이 발단이었다.

실제 용의자는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태어난 17세 영국인 소년이다. 하지만 사건 이후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용의자가 '알리 알 샤크티'라는 이름을 가진 망명 신청자라는 거짓 정보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위가 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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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영국 로더럼의 한 호텔 밖에서 시위자들이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있다. 2024.08.04. ⓒ 로이터=뉴스1 ⓒ News1 신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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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자선단체 '증오가 아닌 희망'은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관련 시위가 전국적으로 최소 30개 이상 열린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다음 주에도 잉글랜드의 셰필드, 뉴캐슬, 버밍엄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 등지에서 관련 시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 사회 안에 있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망명 신청자들이 머무르는 임시 숙박 시설도 시위대의 타깃이 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4일에는 잉글랜드 북동부 로더럼 맨버스 지역에서 폭력 시위가 일어나 진압 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경찰관이 1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3일에는 맨체스터 피커딜리 가든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리버풀 리버사이드 지역구를 맡고 있는 킴 존슨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은 사우스포트 사건 이후 일주일 넘게 폭동이 이어지는 사태를 두고 나이젤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에게 발언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패라지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경찰이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 같은 대처가 시위를 오히려 확산시켰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 1일에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폭력적인 시위는 극우 세력의 잘못이라는 비판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 천만명의 사람들이 함께 느끼는 두려움, 불편함, 불안함에 대한 반응"이라고 했다.

영국에서 발생하는 흉기 공격 행위는 '고질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빈번하게 벌어지는 사회적 범죄다.

지난 5월 말에는 한 20세 남성이 잉글랜드 남부 본머스 해변에서 무차별 흉기 범죄를 저질러 3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함께 있던 또 다른 30대 여성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023년 11월에는 잉글랜드 북부 리즈 호스포드의 한 교차로에서 한 14세(범행 당시 기준) 소년이 평소 알고 지내던 15세 소년을 흉기로 가슴과 다리를 찔러 살해했다.

영국 하원도서관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한 해 동안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발생한 흉기 범죄는 5만500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연도인 2021~2022년보다도 4.7% 증가한 것이었다. 같은 해를 기준으로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보다 78% 늘어난 수치다.

극우 단체의 활동 증가를 우려하는 지적도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자선단체 '증오가 아닌 희망'이 올해 발표한 보고서는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비관주의가 팽배해지고 국가의 쇠퇴를 주장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현대 영국을 묘사하는 질문에 설문 응답자 가운데 43%가 '쇠퇴(declining)'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게다가 '영국의 정치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항목에 매우 동의한다는 사람은 6%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2023년은 영국의 급진적 우파가 크게 성장한 한 해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이민 활동은 2022년보다 20%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반이민 시위도 2022년보다 1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테러 관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극우 활동가와 이들의 활동에 동조하는 인원도 기록적으로 많아진 점을 짚었다.

보고서는 또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32세, 유죄 판결을 받은 4명 가운데 1명은 10대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의 대테러 프로그램인 '프리벤트(Prevent)'에 신고된 사람들 가운데 '극우주의자'로 분류된 인원은 19%로 이는 이슬람교도 관련 우려 사례로 분류된 인원인 11%보다도 높았다.

지난달 총선 때도 영국 개혁당은 노동당과 보수당과 같은 거대 양당의 바로 뒤를 이어 정당 투표율에서 전체 3위(14%)를 차지했다.

영국 정부는 현재 극우 시위대의 폭동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고 정치권 안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에 깊이 박혀 있는 이슬람 공포증과 반이민 정서, 이를 이용해 불안과 긴장을 부추기는 인사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현 사태를 개선하는 데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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