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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日 증시 ‘블랙 먼데이’…닛케이지수 사상 최대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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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지수, 5일 4451P 하락
美 경기전망 불안 따른 매도세
섣부른 금리 인상 때문 시각도

엔 강세에 시세 매도도 이어져


매일경제

급락한 닛케이 지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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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1987년의 ‘블랙 먼데이’를 연상시킬 정도의 급락이다. 기관과 개인투자자, 외국인투자자 가릴 것 없이 모두 ‘투매’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5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51포인트(12.4%) 하락한 3만1458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폭으로 기존 1위였던 지난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 때의 3836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대다. 하락률로는 블랙 먼데이 당시가 14.9%로 가장 높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올해 초 3만3288에서 시작한 닛케이지수는 지난달 11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4만2224까지 올랐다. 하지만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됐다.

환율 시장도 영향을 받아 달러당 엔화값은 오후 3시 현재 141.68엔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1주일새 상승폭은 15엔에 육박한다. 채권시장의 경우 장기금리가 하락하며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195%포인트 하락해 약 4개월만에 가장 낮은 0.76%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도쿄증시는 프라임시장(1부 시장) 종목 중 90% 이상이 내림세를 기록했다.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과 다이이치생명홀딩스, 도쿄일렉트론 등 800개가 넘는 종목이 하한가 수준까지 내렸다.

일본의 다른 주가지수인 토픽스는 12.23%나 하락하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오사카 거래소는 이날 토픽스 선물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정지)’를 발동하기도 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오후에는 닛케이 평균주가의 선물도 약 10분간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닛케이 평균 선물의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이 결정된 2016년 6월 24일 이후 처음이다.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가 꼽힌다. 지난 2일 발표된 7월 미국 고용통계에서 취업자 수 증가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제 둔화를 보여주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인공지능(AI) 거품론도 나오면서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오던 테크 관련 종목도 주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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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주식시장 전광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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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성급한 금리인상이 현재의 ‘금융 발작’ 현상을 심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직후 엔고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인상 전만 해도 155엔대에 머물던 달러당 엔화값은 현재는 15엔 가까이 상승한 상황이다. 지나친 엔고는 수출 기업이 많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스즈기 와타루 가쿠슈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닛케이에 “일본은행이 최근의 엔고 현상을 지나친 엔저에서 벗어나는 바람짐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급격한 엔고는 경제에 충격을 준다”며 “특히 신NISA 시행으로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한 많은 사람은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가 최근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신 소액투자비과세제도(신NISA)’ 도입에 따른 주식 매수 규모를 집계한 결과 7조5009억엔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0%가량이 일본 주식을 매수했다.. 올해 상반기 닛케이지수가 꾸준히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들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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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휩싸인 일본 주식·외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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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낮은 엔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달러화 자산 등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움직임도 시장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청산 과정에서 신흥국 등의 주가가 흔들리게 되고, 이것이 일본 주식시장에도 파급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시 대규모의 엔이 일본으로 돌아오게 된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관련 자금이 137조엔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매도, 엔 매수’ 흐름을 갖기 때문에 엔고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유동성이 커지면서 일본 경제 전반에 불안한 흐름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

여기에 최근 급격히 진행된 엔고는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단기 투자를 하는 세력의 경우 환차익과 주식차익 양쪽을 노려 투매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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