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학력·소득수준 낮을수록
정치 성향 중시하는 경향
학력·소득수준 낮을수록
정치 성향 중시하는 경향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 = 픽사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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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 종사하는 20대 여성 A씨는 잠시 교제하던 남성 B씨와 결별했다. 진보적인 A씨와 보수 정당을 적극 지지하는 B씨는 정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다퉈야 했다. 주변 선배들도 “종교보다 정치 성향이 더 맞춰가기 어렵다”며 교제를 만류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양극화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지난해 만 19~75세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 등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연애·결혼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남성(53.9%)보다 여성(60.9%)에서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51.8%)보다 장년층(56.6%), 노년층(68.6%)에서 정치성향이 다른 사람을 더 배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정치 이념별으로는 보수(59%)와 진보(55.4%)에서 모두 절반 이상이 다른 정치 성향의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교제를 할 때 정치 성향을 따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 소득 1분위에서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 등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61.4%에 달했다. 반면 5분위에서는 51.9%까지 내려갔다. 중졸 이하 답변자들은 71.5%가 정치 성향이 다르면 결혼이 어렵다고 답했다. 대졸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54.5%를 기록했다.
정치 성향이 다르면 사교를 위한 술자리도 응하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은 33%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71.4%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진영간 갈등이 커지는 점이 이같은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실태조사 응답자의 92.3%는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봤다. 이는 2018년 조사(87%)보다 5.3%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응답자들이 매긴 지난해 사회통합도(10점 만점) 역시 평균 4.2점으로 전년(4.31점)보다 하락했다.
곽윤경 보사연 부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 긴장과 반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과 조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국형 공론장을 다양하게 조성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공론장이 결국 의사결정 왜곡을 최소화하고 갈등의 실마리를 푸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 공론장도 개선이 필요해보인다”며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결국 선별적인 정보만 접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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