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낙태’ 사건을 경찰이 수사 중이다. 25세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게 발단이 됐다.
이런 식의 ‘공개 낙태’에 대해 논란이 커졌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여성과 의사를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경찰도 “무게 있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낙태죄가 아니라 살인죄다. 현행 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에 낙태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적용할 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국회가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서 4년째 낙태 처벌에 대한 ‘입법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었고 지금까지도 법 개정이 되지 않고 있다. 야간 옥외 집회·시위를 규율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없는 ‘무법 지대’가 생긴 것이다.
경찰이 교통 소통 등을 이유로 야간 옥외 집회·시위에 금지 통고를 하더라도 법원은 상당수에 대해 전부 또는 일부 허용 결정을 내리고 있다. 작년 5월 민주노총의 ‘1박 2일 노숙 시위’에서 술판, 방뇨, 쓰레기 등이 발생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국회가 야간 옥외 집회·시위를 합리적인 범위에서 규율하는 법 개정을 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일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지만 국회가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는 법률이 19건이나 된다. 여기에는 국민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8건은 개정 시한을 이미 넘겼다.
또 유류분 관련 민법 조항,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조항도 내년 말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가족 간 재산 관계와 형사 처벌과 관련해 ‘무법 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법률의 제정과 개정은 국회의 권한이면서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개원한 이번 국회도 특검법 등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법안을 놓고 여당 필리버스터, 야당 강행 처리, 대통령 거부권, 재표결 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반드시 필요한 법 개정까지 미뤄지면서 ‘무법 지대’ 방치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금원섭 사회부장(car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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