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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자·러 암살자 맞교환 … 푸틴 '인질 외교'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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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일(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 간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수감자 맞교환이 이뤄지면서 이날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가 모친과 감격의 포옹을 나누는 모습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슬로베니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던 아르템 둘체프·안나 둘체프 부부와 그 자녀들을 반기고 있다. EPA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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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 국가와 러시아 간 '수감자 맞교환'이 전격 성사됐다.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에반 게르시코비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도 그 일환으로 석방됐다. 이번에 석방된 수감자는 총 24명으로 이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다.

백악관은 러시아에 수감 중이던 16명이 풀려났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풀려난 수감자들은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전직 미국 해병대원 폴 휠런, 자유유럽방송(RFE)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 등 3명의 미국인과 1명의 미국 영주권자, 5명의 독일인, 7명의 러시아인 등이다. 풀려난 러시아인들 가운데 대부분은 올해 초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동료다. 당초 양측 협상안에는 나발니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에서 풀려난 러시아인은 모두 8명이다. 여기에는 독일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소속 바딤 크라시코프가 포함됐다. 크라시코프는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조지아 국적의 전직 체첸 반군 사령관을 암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크라시코프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맞교환이 러시아의 '인질 외교' 승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2022년 러시아는 독일이 크라시코프를 석방한다면 휠런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 휠런은 2018년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붙잡혀 2020년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러나 독일 측은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크라시코프를 석방하기에는 부족한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독일이 내부 반발을 우려하며 계속 확답을 주지 않자 미국은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복역 중인 다른 러시아 군사 및 정보 요원 4명을 교환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자 러시아 측은 지난해 체포된 게르시코비치 기자와 크라시코프를 맞바꾸자고 재차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내 미국은 독일을 설득하기 위해 나발니를 수감자 맞교환 대상으로 지목하자고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도 협상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2월 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워싱턴DC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크라시코프를 나발니, 게르시코비치 기자 등과 교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협상이 진전될 무렵인 2월 16일 나발니의 옥중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그 결과 게르시코비치를 포함한 16명이 러시아에서 풀려났고, 동시에 서방에 붙잡혀 있던 8명이 러시아로 석방되게 됐다.

수감자 교환 협상에는 미국과 독일, 러시아뿐만 아니라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가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이번 석방은 외교와 우정의 개가"라며 "동맹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미국으로 돌아온 석방자들을 공항에서 직접 맞이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트루스 계정을 통해 석방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들(러시아)에게 돈도 주는 것인가? 그들이 우리에게 돈을 주는가(답은 '아니다'라는 것이 확실하니 이 질문은 취소하겠다)"라고 밝혔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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