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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美 경기 침체 공포에 파랗게 질린 증시…코스피 4년 만에 최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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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요 증시가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2일 코스피는 2700선을 내줬고, 일본 증시는 6% 급락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가 금융시장을 휩쓴 영향이다.

중앙일보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1.49포인트(3.65%) 하락한 2,676.19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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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01.49포인트(3.65%) 내린 2676.1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 하락률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4년 만에, 하락 폭은 2020년 3월 19일(133.56포인트) 이후 4년 5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4.20포인트(4.20%) 내린 779.33으로 장을 마쳤다.

증시를 끌어내린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8461억원 어치를 순매도했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2조1405억 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생성 인공지능(AI)의 국내 대표 수혜주였던 SK하이닉스가 17만3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전일 대비 10.4% 급락했다. 2011년 8월 18일(12.24%)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삼성전자(-4.21%), 현대차(-3.75%), KB금융(-5.78%) 등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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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이날 주가 하락은 미국의 제조업ㆍ고용 지표의 동반 부진이 도화선이 됐다. 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지난주(7월 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지난해 8월 첫째 주(25만8000건)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7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조업지수와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 부진의 여파가 경기 둔화 우려로 퍼지고 있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앞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경기둔화 또는 침체’라는 공식이 이런 우려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경환 GB 투자자문 대표는 “기존에는 고용 시장이 둔화하더라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수반되면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Fed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7.14% 하락



미국발 경기 둔화 우려에 글로벌 주요 지수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5.81%, 대만 자취안 지수는 4.43% 급락했다. 전일 미국 시장에서도 다우존스지수가 1.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1.37%, 나스닥 종합지수가 2.30%씩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14% 하락하며 코로나 19 초기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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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선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소다. 7월 초 달러당 161엔까지 추락했던 엔화값은 이날 달러당 148엔까지 뛰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인상(연 0~0.1%→0.25%)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다가온 영향이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미국 등 타국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회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시장 조정의 배경은 크게 통화정책 변경 국면에 따른 엔 캐리 청산 우려 등 유동성 마찰음이 일었기 때문이다”며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의 본격적인 청산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공포와 금리 인하 기대감에 안전자산인 채권의 가격은 상승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99%까지 하락했다.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채권 가격이 오르고, 금리(수익률)는 떨어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26.5%로 하루 전(11.8%)보다 크게 늘었다.

증시의 향방은 미국의 고용 상황이 가를 전망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2일 저녁 나올 미국 고용 보고서 결과가 고용 시장 냉각 및 경기 침체 우려를 재차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참여자들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는 지표가 나온다면 시장이 빠르게 반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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