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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교제폭력’ 쯔양의 2차 피해 이어지는데 여가부는 왜 침묵할까요[뉴스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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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먹방 유튜버 쯔양이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이 당한 교제 폭력 피해 사실을 대화 내용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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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60만명의 먹방 유튜버 쯔양이 지난 1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렸습니다. 제목은 ‘마지막 해명영상입니다’입니다. 쯔양은 지난달 11일 올린 영상에서 전 남자친구에게서 4년간 폭행·협박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쯔양이 공개한 영상의 첫 화면은 ‘시청주의, 해당 영상은 폭력성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로 시작합니다. 43분43초 분량의 영상은 쯔양이 전 남자친구에서 당한 성폭행 피해 상황 등을 추론할 수 있는 녹취록, 폭행 당시 상황이 드러나는 음성, 협박을 통해 금전을 갈취하는 카카오톡 대화 등을 담았습니다. 가로세로연구소 등 사이버 레커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를 당하자,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피해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것입니다.

해당 영상에는 쯔양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재차 공개하게끔 만든 이들을 비판하거나 교제폭력 피해 여성이 피해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을 개탄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공개해야 하나 했는데 (교제폭력 피해 사실을 처음 공개한) 영상에 피해자 탓하며 ‘무섭다’ ‘영악하다’라는 댓글이 한 두 개가 아닌 거 보고 이해함


도대체 여자가 어디까지 당해야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냐, 죽어야만 피해자가 되는거냐, 슬프다 너무 슬퍼


1000만 유튜버가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감히 상상도 안 된다


쯔양을 협박한 사이버 레커와 전 남자친구의 변호사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들어갔지만 여전히 쯔양을 상대로 한 2차 가해는 이어집니다. 쯔양이 2차 피해를 지속적으로 겪는데도 교제폭력 문제의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은 없다. 쯔양 관련 사안은 여가부가 지난 6월말 발표한 (교제폭력) 피해대책에 담기지 않은 부분은 없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개개인 사건에 모두 입장문을 발표할 순 없다. 여성단체라면 (입장을) 내겠지만, 우린 정부 기관이다. 입장문 발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여가부 관계자가 말한 ‘6월말 교제폭력 대책’에는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습니다. 여가부 대책의 대부분은 기존 시설과 지원책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방안입니다. 법률로 에방하고, 처벌하는 근본 해결책은 빠졌습니다. 당초 법무부, 경찰청 등과 함께 준비하던 교제폭력 범부처 대책도 발표 직전 없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여가부는 당시 별도 브리핑 없이 약식 보도자료로 교제폭력 대책을 알렸습니다.

여가부가 개별 사건에 입장을 표했던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여가부는 지난 5월9일 신영숙 여가부 차관 명의로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제살인과 관련해 메시지를 냈습니다. 교제폭력 관련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가 사건 발생 사흘 지난 뒤에야 나온 메시지였습니다. 신 차관은 메시지에서 “여성가족부는 정책을 살피고 보완하겠다. 여러 의견을 듣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발굴하고 추진하겠다”며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사건 이후 SNS 등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과 사진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고인에 대한 명예를 보호하며, 신상털기 등 2차 가해를 중지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4월 교제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가해자는 4395명입니다. 정부가 개별 교제폭력 사건마다 일일이 메시지를 낼 순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쯔양처럼 시민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의 교제폭력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정부 메시지는 또 다른 가해자들과 2차 가해에 가담하는 이들에게 경고가 됩니다. 정부의 단호한 메시지는 그동안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던 교제폭력 피해자들에겐 구호를 요청하도록 이끌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여가부의 미온적 대응을 지적합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여가부가 교제폭력 사건에서 부처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이들도 여럿입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피해 사실이 협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부처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2차 가해자에게 경고하는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며 “강력하고 견고하게 피해자의 손을 잡고 ‘피해자를 보호하겠다’ ‘어떤 2차 가해도 용납하지 않겠다’ ‘전 부처가 공동대응하겠다’고 해도 모자랄 판국에 역할을 다하지 않는 여가부가 너무 아쉽다”고 했습니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의원들은 쯔양의 교제폭력 피해를 언급하며 “남자친구와 이별에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여성을 위해서 여가부는 할 일이 없는 것인지요?”(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교제폭력 범부처 통합대책 관련된 논의 과정도 없고 발표 계획도 없다고 확인을 했다”(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등의 지적을 했습니다.

여가부는 쯔양의 두 번째 영상이 올라온 뒤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습니다. 여가부는 2일 쯔양의 2차 피해와 관련해 “법무부, 경찰청과 공조를 하고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습니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교제폭력엔 명확한 전조 증상…‘강압적 통제’ 범죄로 처벌해야”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7232033005



☞ 교제폭력 방지 대책 공개한 여가부, ‘범부처’대책은 없었다[플랫]
https://www.khan.co.kr/national/gender/article/20240628101600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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