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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공습에 언론인 2명 숨져…‘하니야 암살’ 관련 생방송 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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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1일 취재 중 이스라엘군에 살해된 알자지라 기자 알 고울과 카메라맨 라미 알리피의 시신 주위에 동료들이 모여 애도하고 있다. 가자/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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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의 기자 두 명이 31일(현지시각) 가자에서 취재 중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숨졌다. 이스라엘군의 고의적인 살해라며 언론인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알자지라는 1일 성명을 내어 “알자지라 기자 알 고울(27)과 카메라맨 라미 알리피(27)의 차량이 가자 북부지역의 알샤티 난민촌에서 공습을 당해 두 명 모두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피살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곳 근처에서 거의 온종일 생방송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당할 당시 가슴팍에 영어로 큼지막하게 ‘언론’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있었다.



알자지라는 이들 기자의 피습이 이스라엘군의 계획적 암살이라며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 전쟁 이후 자사 언론인과 가족을 겨냥한 체계적인 공격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시엔엔(CNN)에 보낸 성명에서 알 고울 기자가 하마스 군사조직의 일원이며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기습 때도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은 “알 고울이 다른 하마스 요원에게 작전을 어떻게 기록할지 가르치며 이스라엘군에 대한 공격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일에 적극 개입해왔다”며 “그의 이런 활동은 하마스 군사활동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알 고울 기자와 그의 동료 카메라맨 라미 알리피 같은 우리 동료들을 의도적으로 살해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은 알 고울의 혐의에 대해 어떤 증거나 서류, 영상도 내놓지 못했다”며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죄악을 감추려고 증거 조작과 날조를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밝혔다.



알 고울 기자는 가자 현지에서 부인과 두 살배기 딸과 함께 살아왔으며, 지난해 10월 전쟁 이후 아홉 달 넘게 가족과 떨어져 가자 전역에서 취재해 왔다. 부인과 딸 등 가족은 가자 중부 지역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의 가자 침략이 아홉 달을 넘기면서 가자는 거의 대부분 폐허로 바뀌었고, 인도주의 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출신 현지 언론인들은 전쟁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외국 언론인의 가자 현지 접근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자 현지에서 실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는 전적으로 현지 언론인들의 사진과 영상, 기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한 현지 언론인의 살해는 1992년 이후 최악이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에 피살된 언론인은 적어도 113명이며, 이 가운데 108명이 팔레스타인 출신 언론인이라고 밝혔다.



이번 알 고울 기자의 피살에 대해 언론인보호위원회는 “언론인은 민간인이며 결코 군사 목표물이 되어선 안된다”며 이스라엘의 해명을 요구했다. 세계 최대 언론노조인 ‘언론인국제연맹’(IFJ)은 “이런 학살을 비난할 말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을 정도”라며 “이스라엘은 언론인 학살을 멈춰라”라고 비판했다.



이날 알 고울 기자 등의 시신이 옮겨진 가자 시티의 한 병원 밖에는 그의 동료와 팔레스타인인 몇십명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 기자는 “그들은 우리 언론인들이 현지 실상을 알리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언론인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보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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