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2분기 파운드리 적자 폭 더 커져
인력 15% 감축, 배당지급 중단 결단
겔싱어 CEO “파운드리 투자는 유지”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올 2월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발표하고 있다. [인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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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인텔이 2분기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TSMC,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28억달러(약 3조8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전 분기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은 실적 발표 직후 곧바로 대대적인 인력감축 계획을 발표할 만큼 위기감을 드러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연내 전체 인력의 15% 감축 ▷4분기부터 배당 중단 ▷2025년까지 100억달러의 비용 절감 등의 계획을 고지했다.
겔싱어 CEO는 올 하반기 상황은 예상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첨단 파운드리 인프라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투자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매출은 128억달러(약 17조5500억원)다. 순손실 규모도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인텔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20% 폭락했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 실적 추이. [인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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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2분기 매출은 43억달러(약 5조9100억원)로, 지난해 2분기 42억달러(약 5조77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파운드리 실적은 인텔 내부에서 의뢰한 물량까지 포함한 수치다.
그러나 영업적자는 같은 기간 19억달러(약 2조6100억원)에서 28억달러(약 3조8500억원)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인텔 파운드리의 누적된 적자만 53억달러(약 7조280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가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시스템LSI·파운드리 영업적자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 규모를 줄이면서 4분기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 재건’에 나서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30년 삼성전자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줄곧 밝히며 추격 속도를 올리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유럽 등에 신규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1대당 5000억원이 넘는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하이-NA EUV’를 ASML로부터 사들이는 등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파운드리 사업의 제조 및 공급망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마이크론 출신의 나가 찬드라세카란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인텔이 미국 뉴멕시코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인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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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로이터 등 외신은 인텔이 파운드리 경쟁을 위해 제조 역량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며 실적 부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인텔은 웨이퍼에 회로를 더욱 미세하게 그리는 데 필요한 EUV 장비 도입이 경쟁사에 비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구형장비를 EUV 장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로이터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근거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실현되려면 몇 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겔싱어 CEO는 “2024년이 파운드리 영업손실의 최저점이 될 것이며 2027년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의 지속되는 적자 확대와 기존 사업의 부진으로 인텔은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당장 3분기 전망도 암울하다. 데이터센터 칩에 대한 지출 감소와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경쟁 심화로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올 2월 인텔 파운드리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발표하고 있다. [인텔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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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싱어 CEO는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전 직원 회의(All Company Meeting)를 예정보다 앞당겨 소집했다. 연말까지 1만50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전체 인텔의 직원 수가 12만4800명인 점을 고려할 때 약 15%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4분기부터 배당금 지급도 중단한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100억달러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실적이 저조한 제품을 파악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복잡한 전체 사업구조를 간소하게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겔싱어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수익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아직 AI 같은 강력한 트렌드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비용 구조를 새로운 운영모델에 맞게 조정하고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 등 핵심 투자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겔싱어 CEO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의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 투자, 국내외 고객을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파운드리, 제품 포트폴리오 리더십 재구축, AI 에브리웨어 등 IDM(종합반도체기업) 2.0 전략은 지속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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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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