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보복’ 지시한 하메네이...하마스 1인자 장례식 직접 이끌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이란·이스라엘 “네탓” 공방
네타냐후 “모든 상황 대비”

블링컨, 카타르 등에 확전방지 당부
전운 고조에 美-텔아비브 항공 결항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첫번째)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이스마일 하니예(가운데)와 이슬라믹지하드 지도자 지아드 알나칼라를 만나고 있다. 하니예는 이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이튿날 새벽 암살됐다. [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전날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 기도를 직접 이끌었다.

앞서 하메네이는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라는 보복을 지시했는데, 장례 절차까지 손수 주재하며 보복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모양새다. 중동 내 확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군 통수권자이기도 한 하메네이는 보복과 함께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 계획도 세울 것을 지시한 상태다. 이란이 보복 수위를 어느정도로 할지 등은 불투명하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 다른 전선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하메네이가 하니예의 장례식 추도 기도를 직접 이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가혹한 징벌을 자초했다. 그의 피 값을 치르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밝힌바 있다. 하니예의 장례 절차는 2일까지 이어진다.

하니예 암살에 따른 국제정세 논의를 위해 31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 책임 공방을 벌였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지역 전체 갈등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안보리 제재 등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 레바논 등도 이란의 편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중동지역 테러 지원행위와 관련해 이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길라드 에르단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을 “세계 1위 테러후원국”이라 부르며 이란이 하마스와 후티, 헤즈볼라 등을 이용해 자국민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베이루트 남부 및 테헤란에서 발생한 공격은 확전 위험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당사국들에 최고 수준의 자제를 촉구했다.

같은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수도 텔아비브에서 내각 안보회의를 마친 뒤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공격 목표로 삼았던 적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헤즈볼라 군사령관 푸아드 슈르크를 공격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하니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스라엘이 “어려운 시기를 앞두고 있다” 면서도 “모든 시나리오에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해외 순방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카타르, 요르단 등 중동 국가와 연쇄 통화를 하고 역내 안정을 위한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협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 이라며 “분쟁의 추가확대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미국 항공사들은 잇따라 텔아비브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날부터 안전상 이유로 미국에서 텔아비브로 매일 출발하던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고, 델타항공도 2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날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복을 다짐한 이란과 ‘친이란 세력’ 후티를 겨냥한 제재를 시행하기도 했다. 국무부의 제재 대상은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무인항공기(UAV) 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을 도운 개인 5명과 기업 7곳으로 이란, 중국, 홍콩에 소재하고 있다. 재무부는 중국과 홍콩, 예멘에서 후티의 무기 조달을 지원한 개인 2명과 기업 4곳을 제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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