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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임지연 "전도연이 걸어온 길 동경…'리볼버'는 알 깨게 해준 작품"[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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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 들어가기 5분 전 전도연의 눈빛, '이거다' 싶었다"

"늘 계산하며 연기한 나…이번엔 '그냥 해보자' 용기"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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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임지연이 영화 ‘리볼버’를 통해 평소 동경하던 선배 전도연과 한 화면에서 호흡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특히 기존의 연기 방식을 벗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느낀 자연스러운 감정선에 충실했던 이번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털어놨다.

임지연은 1일 오후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 분)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리볼버’는 칸의 여왕 전도연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등으로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임지연이 처음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임지연은 ‘리볼버’에서 수영이 출소 후 처음으로 만난 유흥업소 마담 정윤선 역을 맡았다. 임지연은 특유의 가벼운 미소와 함께 진심을 숨긴 채 조력자인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윤선의 미스터리한 매력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상극인 듯 서로 통하는 수영과 윤선의 파트너십을 그려 워맨스 케미를 맛깔나게 완성했다는 반응이다.

앞서 임지연은 영화 ‘리볼버’의 제작보고회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재학시절 전도연을 너무 존경해 스스로를 ‘한예종 전도연’이라고 부르고 다녔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놔 웃음과 훈훈함을 안긴 바 있다. 마침내 ‘리볼버’로 롤모델같은 선배 전도연과 색다른 여성 케미스트리를 선보인 건 대중의 기대를 유발한 것은 물론, 임지연 본인에게도 잊을 수 없는 영광이자, 배움의 연속이었다고.

임지연은 왜 과거 스스로에게 ‘한예종 전도연’이란 별명을 붙였는지 묻자 “너무 멋있으시고, 그녀가 걸어온 배우로서의 길을 너무 동경해왔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그래서 이번 작품 때 너무 행복했다.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게 많았다. ‘아, 나도 그렇게 닮고 싶어한 하늘같은 선배와 인물 대 인물로 현장에 존재하고 있구나’ 그 사실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한예종 전도연’이란 자신의 별명을 접했던 전도연의 반응도 전했다. 임지연은 “사실 제작보고회 전이다. 이미 ‘리볼버’ 촬영하기 전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때도 살짝 한예종 전도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방송을 혹시나 선배님이 보시고 부담스러워하시진 않을까 싶어서 선배님께 ‘혹시 유퀴즈 보셨나요’ 여쭸는데 안 보셨다고 하시더라”고 떠올려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대놓고 표현하진 않으셨지만 그런 저를 좋아하고 사랑해주신 것 같다. 요즘들어 더 많이 표현해주신다”며 “현장에선 ‘하수영’으로서 선배님이 집중하고 싶어하셨고, 저 역시 윤선으로서 수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했기에 잘 다가가지 못했다. 요즘은 홍보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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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학창시절 선배님의 엄청난 아우라를 보면서 전 독립영화들을 한창 찍으러 다녔었다. 그때 스스로를 ‘난 이쪽의 전도연이야’ ‘한예종의 여왕이야’ 말하고 다녔다. 배우고 싶은, 따라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랬던 것 같다”며 “그런 선배님과 한 작품에서 호흡한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처음 하수영 대 정윤선으로 전도연의 연기를 맞닥뜨렸을 때의 느낌도 되돌아봤다. 임지연은 “수영이 윤선과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 보통 배우들은 슛 들어가기 직전 정적이 감도는 어색한 순간들이 있다. 그때 보통 어색함을 지우고자 배우와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당시 선배님은 수영의 감정선에 집중하시느라 별 말을 안하셨었다”며 “슛 들어가기 5분 전쯤이었을 거다. 그때 선배님은 그저 하수영의 눈빛으로 그저 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셨다. 그때 ‘아 이거구나’ 느꼈다. 나도 이 눈빛에 맞게 이대로 연기해야겠구나 생각했었다. 이 이야길 어제 VIP 시사회 뒤풀이 때 말씀드렸는데 선배님은 기억 못하시더라. 하지만 저는 그 당시 선배님의 눈빛, 에너지를 잊을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 역시 시간이 더 지나면 선배가 되고, 저를 어려워하는 후배들이 생길 수 있을텐데 지금의 선배님 눈빛, 에너지를 기억해뒀다가 그들과 호흡하게 되면 똑같이 눈빛으로 에너지를 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후배로서 선배 전도연을 존경해 ‘한예종 전도연’을 꿈꿨듯, 임지연 역시 배우로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는 최근 한 후배로부터 ‘한예종의 임지연’이 되고 싶다는 감격스러운 이야길 들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임지연은 “안 그래도 그런 친구가 나타났다. 제가 최근 사극 드라마를 찍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배우가 마지막 촬영날 제게 이렇게 말해주더라. ‘선배님, 저에겐 선배님이 저의 전도연이세요’라고.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고 기뻐했다.

‘리볼버’는 전도연과의 만남 외에 배우로서 본인의 연기관에 터닝포인트를 안겨준 작품이라고도 강조했다. 임지연은 “사실 저는 캐릭터 분석을 할 때 계산을 많이 하는 편이다. 캐릭터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많이 찾곤 했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인생을 살며, 어떤 성향이고 성격인지 이런 것들을 많이 분석한다. 이번 작품의 경우 처음엔 그렇게 접근했지만, 결국 스스로 ‘아 모르겠다, 그냥 하자’란 마음가짐으로 임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그는 “느껴지는 대로 반응하고 하수영이란 캐릭터를 직접 마주치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윤선’ 캐릭터를 완성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그런 용기를 제가 처음 내 봤다. 현장의 공기, 하수영이 주는 에너지를 그대로 느껴봤다. 사실 어디서 난다 긴다 소릴 들으시는, 연기를 정말 잘하시는 선배님들 사이에서 나 혼자 못하면 어쩌지, 잘 할 수 있을까 굉장한 걱정과 불안 속에 있었다. 이를 딛고 처음으로 ‘한 번 놀아볼까?’ 생각을 갖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나도 생각보다 감각적이구나,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배우였음을 깨닫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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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던 자신에게 ‘그냥 윤선이는 너야, 그대로 연기해’라고 답한 김종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실제로 윤선과 자신의 모습에 비슷한 지점들이 있다고 임지연은 수긍했다.

그는 “윤선이는 하수영과 반대로 감정표현이 상당히 직설적이고 두드러진 부분이 있는데 그런 점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거 같다”며 “제가 현장에선 선배님들과 같이 있어도 높은 톤으로 살갑게 애교를 잘 부리는 편이다. 잘 어울리는 그런 성격적 부분, 특히 술자리에서의 제 모습이 딱 ‘너야’ 그렇게 말씀해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 글로리’ 박연진 캐릭터에 이어 ‘리볼버’의 정윤선 역시 결은 다르지만 화려하고 강렬한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인물이다. 임지연은 스타일링과 관련해선 “실제로 ‘리볼버’ 출연 배우들 중 제 의상 피팅 시간이 제일 길었던 것 같다. 다른 인물들은 거의 무채색의 이미지인데 윤선만큼은 정말 겉치장이 화려하구나 싶은 강렬함이 필요했다”며 “최대한 제 몸과 잘 어울리는, 라인이 많이 보이는 치마 종류를 많이 입었다. 하이힐에 양말을 매치한다거나 볼드한 액세서리 등으로 이미지 구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저와 잘 어울리면서도 통통 튀는 그런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나처럼 계산하는 연기보단 상대와 잘 어울리고 캐릭터에 녹아들어서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연기가 부러웠고 그래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아무리 열심히 분석해 준비해가도 현장에서 닫혀있고, 내 연기만 하면 안되니까요. 내가 단단히 알을 만들어도 그 알이 언제든 깨질 수가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리볼버’는 제게 ‘알을 조금 깨 본’ 그런 순간이 되어줬다고 생각해요. 그것만큼은 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어요.”

한편 ‘리볼버’는 8월 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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