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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해리스, 인도계라더니 흑인 변신"…트럼프 막말로 지지층 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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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갑자기 흑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며 인종주의 발언을 하면서 또다시 논란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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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대회에서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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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캠프를 비롯해 백악관도 해당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최근 여성과 관련한 막말 논란에 휩싸인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은 오히려 “어려운 질문에 대답할 용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해리스, 갑자기 흑인으로 변신”



논란의 발언은 이날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해리스에 대해 “그는 항상 인도계 혈통이라고 홍보했고, 나는 몇 년 전 해리스가 흑인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그가 흑인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해리스가 인도계인지 흑인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흑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며 “항상 인도계였던 해리스가 갑자기 흑인으로 돌아선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둘 다(인도계·흑인)를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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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군중을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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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발언은 ‘흑인 유권자들이 왜 과거 인종차별적인 공격을 벌였던 후보(트럼프)를 지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해리스가 흑인 혈통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흑인임을 숨겨왔다는 식의 음모론적 시각에 기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논란에도…트럼프 “해리스는 사기꾼”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해리스 캠프는 “대통령 임기 내내 그랬던 것처럼 흑인들에게 공격과 모욕을 퍼부었다”며 “트럼프는 이미 미국을 통합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실제 우리를 분열시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흑인인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도 “역겹다”는 반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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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서 백인 남성이 트럼프의 발언에 호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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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트럼프는 오히려 수위를 높였다. 그는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친(crazy) 해리스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포함한 모든 것을 이용하는 완전한 사기꾼(stone cold phony)”이라고 적었다.

트럼프가 지명한 부통령 후보 밴스도 트럼프의 발언을 옹호하며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해리스에 대해 “카멀라 해리스는 겁쟁이답게 모든 조사나 비우호적 언론을 계속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상대(해리스)가 참석할 거라고 들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며 “(협회가)거짓된 명목으로 나를 초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이주자’엔 반감…‘의회폭동’엔 사면 언급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는 여성과 언론, 불법이민자들을 겨냥한 발언도 쏟아냈다.

트럼프는 토론 진행자인 ABC 레이철 스콧 기자으로부터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식사한 사실’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나는 이 여성에게 아주 무례하게 대우받았다”며 “당신은 ABC 출신인가. 그것은 끔찍한 가짜뉴스 방송”이라고 했다. 다른 질문을 받는 와중에도 “아무 무례한 질문이고, 심지어 질문 조차 아닌 성명이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불법이민자 문제와 관련해선 “취임 첫날 (남부)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며 “국경을 통해 남미의 범죄자들과 정신병자들이 미국으로 불법적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에 대해서는 “그는 변호사 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고, 인지력 시험에서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 공격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주도해온 낙태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임신 9개월에도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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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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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신의 지지자들이 주도한 ‘1·6 의회 폭동’과 관련해 유죄 선고를 받은 사람들에 대해선 “그들이 결백하다면 (취임 후) 물론 그들을 사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지층 결집 노린 ‘갈라치기’?



이날 트럼프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여성, 흑인, 히스패닉은 해리스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힌다. 반면 트럼프는 남성, 백인을 중심으로 강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이 자신의 지지층을 보다 견고하게 하기위한 일종의 ‘갈라치기’ 전술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공개된 유고브의 여론조사에서 남성의 55%는 트럼프를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여성은 45%에 그쳤다.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다는 흑인 비율은 17%, 히스패닉은 42%를 기록했다. 반면 백인들의 지지 비율은 57%에 달했다. 반대로 해리스에 대한 백인들의 지지도는 44%였고, 82%, 히스패닉의 59%가 해리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였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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