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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기고]주주의 비례적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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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 것으로 확장하는 상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상법은 이사의 의무로 '충실의무'(Duty of Loyalty)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Duty of Care) 양자를 규정했다. 전자는 이사가 이익충돌 상황에서 회사와 이해상충 관계에 있는 자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후자는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전자는 이익충돌의 상황을 전제한 점에서 후자와 구분된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어떠한 이익충돌의 상황을 전제한 것인지 모호하다는 문제가 있다. 지배주주와 소수주주의 이익충돌을 전제한 것이라면 이에 관해 이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회사를 인수하고자 하는 자가 지배주주로부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하면서 소수주주로부터는 프리미엄 없는 시장가로 매수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면 이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일이지 이사에게 모호한 충실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주주권 양수도와 그 조건은 회사나 이사가 관여할 수 없는 주주들의 사적 소유권의 영역이다. '비례적 이익'은 모든 주식은 주수에 비례해 경제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관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의 노력에 의해 회사의 가치가 성장할 때 그 수혜는 모든 주식에 골고루 미친다. 주당순자산이나 주당순이익의 상승은 모든 발행주식에 균등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주주권 평등의 경제적 측면이다.

다만 회사의 중요사안이 주주총회의 의결권 행사로 결정날 때 주주권 평등의 의미는 달라진다. 1인1표가 민주정치의 대원칙인 것처럼 1주1표는 회사법상의 대원칙이다. 이러한 1주1표의 대원칙하에서 덩어리로 존재하는 지분과 산재한 지분의 의결권적 가치는 같을 수 없다. 대선에서 51대49로 승부가 갈렸을 때 승자는 대권을 독식한다. 회사에서 51% 주주의 일방적 임원선임을 49% 주주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러한 불비례적 결과는 다수결에 필연적으로 내포된 것이다. 경영권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는 지분에 더해지는 경영권 프리미엄은 매수인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실현시킬 수 있는 잠재적 주가 상승분이다. 어떤 회사 지분 51%와 49%에 대해 제시된 주당 매수가격이 같다면, 즉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로인 경우는 누가 경영권을 잡더라도 경영권을 잡지 않은 상태와 다를 것이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함을 의미한다. 다수의 매수인이 경쟁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시할 때 매도인은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써낸 매수인을 선택할 것이다. 매각대상의 잠재력을 가장 높이 평가하는 매수인에게 매물이 돌아가는 경제학의 가격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 인수·합병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 시그널이다. 가장 유능한 인수인이 회사의 오너가 되게 하는 것이다. 이 프리미엄을 없애 각 주주가 비례적 이익만을 취하게 하는 것이 개정안의 의도라면 이는 주식회사와 경영권 시장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머니투데이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수현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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