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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한동안 열풍 불더니 냉랭해졌다”...인간 대체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AI, 빙하기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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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막대한 자금 투입에도
생산성 향상 효과 크지않고
아직 돈버는 사업모델도 없어

과거 인터넷 등장했을 때처럼
혁명적 변화는 오지 않을수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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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투자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대신 ‘세 번째 빙하기(AI 윈터)’가 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번지면서다. AI 산업은 과거 기술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1970년대와 1980년대 후반 두 번의 침체기를 겪은 바 있다.

최근 AI 버블론을 쏟아내고 있는 곳은 뉴욕 월가다. 2~3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AI가 기대한 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투자자들이 최근 1년여 간 5대 빅테크의 시장가치를 2조달러 이상 키웠지만, 올해 AI 관련 매출은 수백억 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정도 투자규모라면 연매출 3000억~4000억달러는 돼야 하는데 업계 전체를 통틀어 수익모델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주식리서치 헤드인 짐 코벨로가 대표적인 ‘AI 회의론자’다. 그는 AI가 과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테크 분야만 30년 이상 다룬 애널리스트인 그의 지적은 ‘AI 과잉투자론’에 불을 지폈다.

코벨로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역사상 혁신적이었던 기술 전환은 매우 비싼 솔루션을 매우 저렴한 솔루션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면서 “(AI처럼) 엄청난 비용이 드는 기술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이와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AI는 많은 비용이 들고 생산성 향상 효과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골드만삭스 자체 팟캐스트에 출연해 “지금 AI는 (인프라를) 구축하면 언젠가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그림을 그리며 믿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AI가 비용 효율적인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폄하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도 최근 보고서에서 “(챗GPT가 나오고)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소비자나 기업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챗GPT와 깃허브 코파일럿 뿐”이라면서 “월가의 회의적인 시각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빅테크기업들 실적시즌에서 월가 투자자들은 AI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이를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30일 마이크로소프트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키스 와이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사티아 나델라 CEO에게 “현재 업계에서는 생성형AI와 관련한 자본과 수익화가 기대에 부합할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자본투자 계획에 대해서 물었다. 나델라 CEO는 자본 투자는 고객들 수요와 클라우드AI의 성장에 맞춰 이뤄진다고 답하면서 투자자들 불안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3일 알파벳(구글)실적 발표에서도 투자자들은 AI투자에 대해 질문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답이 나오자 알파벳의 주가는 급락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로 유명한 석학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도 AI 버블론에 가세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인상적인 것”이라면서도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것만으로 영화 ‘2001 오디세이’의 AI만큼 똑똑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으려면 큰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에서도 “생성형AI로 인한 향후 10년간 생산성 향상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벤처투자회사 중 하나인 세콰이아 캐피탈도 AI 버블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칸 파트너는 ‘AI의 6000억달러 문제’라는 글을 통해 빅 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비용과 기대매출의 갭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칸 파트너는 엔비디아 GPU 매출로 역산한 올해 AI 인프라 투자 예상금액을 3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이 투자를 충당하기위해 기업들이 만들어야 할 매출을 50%의 마진을 반영한 6000억 달러로 계산했다. 매우 낙관적으로 기업들의 AI관련 매출을 1000억 달러로 추산해도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멍’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직 AI 매출의 대부분은 오픈AI에서 나오고 있는데 다른 스타트업에서 그 정도의 매출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에 대한 과도한 투자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은 생성형AI 붐을 촉발한 ‘오픈AI’의 실적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테크 전문매체인 ‘디 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올해 50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 챗GPT와 다른 AI서비스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서버 임대 비용에 40억 달러를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AI학습에 30억 달러, 1500명 직원 인건비에 15억달러를 사용한다. 총 85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 지출이다. 반면 오픈AI의 올해 매출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35억~45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올해 손실이 5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디 인포메이션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오픈AI가 당장 올해 대규모 투자유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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